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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흥라떼 Nov 04. 2022

고마운 알림 덕에 늦잠 잤어요.

새벽 기상을 예찬하던 내가 늦잠을 자고 행복해한다.

지난주부터 몸이 유독 무거웠습니다. 보통 하루 이틀 그러고 말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연속적으로 컨디션이 안 좋더라고요. 삶의 질이 떨어지는 건 당연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저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사실 10월 30일에 마감한 브런치 북 공모전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 글을 엮어서 책으로 꼭 응모해보고 싶었거든요. 감사하게도 작가가 되었고 드디어 글을 발행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죠. 하지만 공모전 마감까지 남은 약 10일간 어설프게 써왔던 글들을 깔끔하게 편집해서 발행하기에는 시간이 넉넉지 않았어요. 결국 매일 스트레스를 조금씩 받으며 허덕허덕거리다 마감 3분을 남기고 겨우 응모를 했습니다.


그렇게 스트레스 속 일상을 살아가는 와중에 저의 새벽 기상 루틴을 잘 아는 직장 동료와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됐어요.


저 : 아~ 몸이 너무 피곤해요. 지난주부터 진짜 너무 피곤해서 힘드네요.

동료 : 그럼 잠 좀 푹 자봐요. 수면시간이 좀 길어지면 낫지 않을까?

저 : 슬프게도 이젠 늦잠을 잘 수가 없어요. 하도 새벽 기상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젠 5시 반만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지거든요. 쫌 괴롭다.


이런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하루쯤은 새벽 기상 안 하고 잠으로 아침을 가득 채우고 싶은데 이제는 그게 자의로는 안 되는 상태가 되어버린 거예요. 어느새 습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이러니했습니다. 아무도 시키는 이가 없는데 나는 왜 새벽 기상을 이렇게 컨디션과 무관하게 쫓기듯이 수행하고 있는 걸까? 요즘의 제 삶에 대해 불현듯 물음표가 던져졌어요.


마침 그렇게 육신이 피곤하던 날 브런치에서는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제 글의 조회수가 올라가고 점점 라이킷(하트) 수와 구독자 수도 늘어나는 것 아니겠어요?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2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3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4000을 돌파했습니다!


천 단위로 꼬박꼬박 성실하게 알림을 해주는 이 브런치 덕에 몸의 피로 따윈 금세 잊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이 감정을 글로 꼭 남겨야겠다며 블로그에 또 한 편의 장문의 글을 썼지요. 기쁨을 만끽하고 시계를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밤 12시가 되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아이들을 재우며 진작 곯아떨어졌을 그 시간입니다. 이 날 저는 브런치의 성실하고도 지속적인 알림 덕에 잠이 싹 달아났고 기쁨이 가시질 않아 눕고 싶지도 않더라고요. 12시 반쯤 겨우 잠을 청한 기억이 있어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시계를 보니 웬걸, 7시가 넘어있네요? 저 당연히 동공 지진 일어났죠. 평소 기상시간보다는 한참 늦어서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하냐면 몸이 너무 가벼웠어요. 그동안 2주 동안 만성피로로 힘이 들었는데 늦잠을 잤더니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오히려 늦잠을 내가 (드디어) 잤다는 사실에 기분이 정말 좋아졌어요. 아침 기상을 예찬하고 지인들에게 넌지시 권유하던 제가 늦잠을 자고 이렇게 기뻐하다니. 저 스스로도 웃음이 나서 계속 배시시 웃었어요.


최근 읽은 책의 이 부분이 떠올랐어요.  새벽 기상이고 홈트고 독서고 글쓰기고 이 모든 게 전부 나 자신을 위한 것인데 어느덧 여유를 잃고 강박적으로 살았던 저를 새삼스레 자각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제게 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시간의 여유를 즐기고 싶습니다.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며 이런 시간을 누릴 여유가 사실 잘 없습니다. 그 여유가 없는 와중에도 오히려 새벽 기상을 하며 홈트를 하고 독서를 하고 글을 쓰며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던 거예요.


제 삶이 지금은 과유불급이라는 걸 눈치챘으니 조금은 느슨하게 시간을 보내려고요. 몸이 회복되고 컨디션이 좋아지면 다시 일찍 일어나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그 시간을 채울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 감사합니다. 글을 쓰고 댓글을 주고받고 나의 글을 누군가 읽는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라는 것을 알려주셔서요. 하지만 그보다 더 기쁜 건 브런치의 꾸준하고도 성실한 알림 덕에 제가 늦잠을 잘 수 있었다는 겁니다. 정말 감사해요! :) 더불어 큰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사진 © vorosbenisop,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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