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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흥라떼 Dec 04. 2022

아이 세 명을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지 않느냐고요?

교육비를 아낍니다

남편은 10월 중순 코로나에 걸린 이후 여전히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수시로 기침을 컥컥 해대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몸살기가 떠나질 않는다고 합니다. 점점 후유증이 심해지는 것 같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카페에서 차라도 한 잔 하고 오라며 남편을 내보냈습니다.


남편이 나가자마자 저는 저녁을 바쁘게 준비했습니다. 주방을 정리하고 밥을 먹기 위해 식기를 준비하고 식탁을 한 번 닦으려고 했습니다. 어느새 식탁에 가서 보니 7, 5, 2살 삼 남매가 차분하게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워크북을, 막둥이는 끼적이기와 종이 자르기, 종이 찢기를 하고 있었고 한편에는 스티커북이 놓여있었습니다. 아이들의 고요한 집중시간은 20분 정도 이어졌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너무 인상 깊어서 셔터 소리가 나는 구멍은 손가락으로 야무지게 막고 핸드폰 카메라로 찰칵!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밖에 나가 있는 남편에게 자랑하듯 그 사진을 메시지로 전송했습니다.


그날의 아이들 모습이 계속 생각납니다. 아직도 그저 어린아이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셋이서 이렇게 둘러앉아 각자 집중해서 무언가를 한다는 점이 새삼스레 참 신기했습니다. '내게 이런 날이 오다니?'


사실 첫째는 요즘 영어 워크북을 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하고 정말 책 읽기를 즐겨하지만 영어 그림책은 재미가 없다며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 저에겐 최근 이 부분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날은 아이에게 솔직하게 물었습니다.


엄마는 00 이가 영어책을 싫어하는 것 같아서 고민이야.
엄마는 00 이가 영어를 잘하고 싶다고 해서
그동안 영어 그림책을 읽어준 거였거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제 사심이 섞인 그리고 조금은 과장된 질문이었지만 진짜 그랬습니다. 첫째는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도 강하고 자신과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큰 아이입니다. 하지만 영어 그림책만큼은 제가 읽어주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제 물음에 대해 잠시 고민하던 딸의 이어진 대답은


엄마 나는 영어 잘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림책은 싫어요.
재미가 없어요.
한글 배웠던 것처럼
문제 푸는 걸로 하고 싶어요.


그렇습니다. 아이는 워크북을 원했습니다. 그림책이 싫다는 아이의 답변이 조금 속상하긴 했지만 아이가 좋아할 워크북이 무엇인지 찾는 게 제가 할 다음 임무였습니다. 처음으로 저도 유아 영어교재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하나를 찾아서 구입했고 아이와 이 책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한 지 이제 2주쯤 되었습니다. 역시 아이는 원했던 대로 워크북을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유치원-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오면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둘째도 요즘 워크북을 합니다. 부모인 저희는 둘째가 5살이라 아직은 한글을 알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이 아이의 사고력과 이해력, 상상력을 향상하는 데 얼마나 이로운지 잘 알기에 그림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한글을 늦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첫째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일 때 시작한 터라 둘째도 마냥 기다리기로 하며 꾸준하게 잠자리 독서만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둘째는 역시 여러모로 빨랐습니다. 언니가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을 곁에서 숱하게 지켜봐 왔고 유치원에서 배움이 빠른 친구들은 글을 읽고 심지어 쓸 줄 알게 되자 아이도 영 마음이 급해진 것입니다. 자기도 빨리 한글을 읽고 싶다고, 공부하는 책을 사달라고 매일같이 졸랐습니다. 결국 11월부터 둘째도 저희 집 학습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쯤 되자 막둥이도 질 수 있나요. 누나들 두 명이 식탁에 앉으면 자기도 얼른 식탁의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의자에 올라앉습니다. "그임(그림)~!"이라고 외치면 저는 이면지와 색연필을 준비해 줍니다. 어느 날은 식탁 위에 놓여있던 가위를 자연스레 들고서 종이를 자르기까지 했습니다. 아직 21개월밖에 안된 아이라 다칠세라 걱정이 됐지만 생각보다 가위 끄트머리만 몇 손가락으로 겨우 잡고 자르는 모습을 보아서 제 눈앞에서 종이를 자르는 건 허용해 주기로 했답니다.


사실 세 아이를 돌보면서 집에서 공부까지 가르치기란 쉽지 않습니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만 해도 하루가 금방입니다. 더구나 저녁시간에 막둥이는 막둥이대로 놀아주고 안아주고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원합니다. 그리고 첫째와 둘째는 자기 워크북 활동을 봐달라고 서로 먹잇감을 부르는 아기새들처럼 엄마와 아빠를 그렇게 불러댑니다. 중요한 건 저녁식사 준비도 해야 합니다. 진짜 솔직히 어른 세명은 필요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 집에 어른은 저와 남편뿐입니다. 그래서 둘이서 세 명분의 역할을 하며 꾸준히 이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의 요구는 최대한 수용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문제집을 서점에 가서 함께 고르기도 하고 어떤 걸 공부할지 아이가 직접 결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첫째는 7살인데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사교육으로 바쁜 아이들이 꽤 많습니다. 창의수학학원, 블록 학원, 보드게임 학원, 예체능 학원 등 7살 아이가 수용할 수 있는 스케줄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바쁜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건 5살인 둘째의 주변 상황도 크게 다름이 없습니다. 방문 교과 학습지 1~2과목은 기본이며 발레, 수영 등 예체능 학원도 많이 다닙니다. 막둥이 친구들은 좀 다를까요? 문화센터며 유아체육이며 주 1회, 3개월에 10만 원에 달하는 영유아 수업도 마트와 백화점을 중심으로 많이 제공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교육의 시장이 정말 무궁무진해요. 이 사실을 알 때마다 놀라서 남편에게 이야기합니다. 제가 전혀 몰랐던 사교육의 세계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그 내용을 꼭 공유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대화 끝에 이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우리는 우리의 갈 길을 가자고 다짐하곤 한답니다. 공부의 목적을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은 아이에게 그 배움의 과정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경계하는 건 아이들이 공부로 인해 마음이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배움의 과정에서 즐거움이 없다면 그리고 몸과 마음이 힘들기만 하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저희 가정은 지금 외벌이 7년 차이기에 교육비에는 재정을 많이 할애하지 않습니다. 첫째에게 드는 교육비는 피아노 학원이 전부입니다. 그 외에는 워크북 몇 권을 사는 비용 정도뿐입니다. 첫째와 둘째 모두 하루에 한 권, 그리고 그 책의 4페이지만 하면 그 이후로는 저녁을 먹고 자유롭게 놀 시간을 줍니다.


수많은 사교육과 엄마표 교육이 열성이 요즘, 남편과 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가려고 합니다. 아마 어쩌면 저희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면 아이들의 학습이 아닌 예체능 교육에는 좀 더 비용을 지출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교육에 저희가 번 돈을 무리를 해서라도 많이 쓸 생각이 들지 않아요. 앞으로도 공부 관련 학원은 아이들이 더 크더라도 보낼 생각이 없습니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아이가 더 크면 분명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말하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확신은 금물이지만...... 적어도 남편과 제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의 결론은 그렇습니다.


아이 하나에 드는 사교육 비용이 얼핏 봐도 집집마다 참 다릅니다. 가정마다 자녀의 수도 다를뿐더러 부모의 가용시간을 비롯한 상황도 다르고 경제적 여유도 천지차이입니다. 그런데 저희 집은 아이가 셋입니다. 그리고 저희 부부에게 지금은 절약이 필수인 시기입니다. 지금부터 첫째 아이에게 많은 교육비를 지출한다면 나중에 막둥이까지 똑같이 해줄 자신이 없습니다.


남들이 해서 또는 부모가 조바심이 나서가 아닌 진짜 아이를 위하면서도 가정에 최선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은 가정마다 다 다를 수 있는 문제입니다. 분명한 건 부부가 자녀교육에 대해 지향하는 바를 확고히 하고 끊임없는 대화로 순간순간 세세한 방향을 잘 설정하려는 지혜로움이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라는 점입니다.





사진 © klimkin,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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