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엄마가 구청 홈페이지를 매일 드나드는 이유
세 아이를 기관으로 들여보내고 특별한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여느 직장인들이 업무메일함이나 업무사이트에 접속을 하듯 저는 핸드폰으로 제가 사는 지역의 구청, 도서관 등 관공서 홈페이지를 방문합니다. 이유는 한 가지. 육아와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기 위해서예요.
처음부터 제가 이렇게 지자체 홈페이지를 드나든 구민은 아니었습니다. 계기는 이렇습니다. 어느 날 구청에서 전화가 왔어요. 첫돌을 맞은 셋째 이상 자녀들을 대상으로 지역소식지에 사진과 함께 생일 축하 멘트를 실어주겠다는 제안이었어요. 저는 흔쾌히 수락했고 다음 달 셋째의 사진이 실려 있는 지역소식지를 선물처럼 받아볼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지역소식지가 다른 의미로 다가오더라고요. 너무 기분이 좋아서 한 장 한 장 유심히 넘겨보았는데 생각보다 육아에 도움 되는 내용이 많고 다채로운 축제가 자주 열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구청신문을 정기구독하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우편구독 신청을 했고 이 일을 계기로 종이신문에서 홈페이지로까지 제 관심영역이 넓어졌어요.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에는 매달 주요한 행사들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글이 올라옵니다.
이런 글들을 보는 과정을 통해 구청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구민들을 위한 서비스와 행사가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보건소, 가족센터, 도서관, 문화회관에서는 저렴한 비용을 내거나 무료로 문화생활을 즐기는 기회를 제공하고 육아와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았습니다.
이로써 세 아이를 기르며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엄마인 저의 관심사는 구청을 벗어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더욱더 확장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도서관 수업도 때때로 신청해서 듣던 저는 지역신문에 이 정보가 여러 도서관 별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표를 보고 감탄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구내이지만 집에서 거리가 조금 있는 교육센터에서 열리는 다양한 수업(가령 친환경비누 만들기, 양초 만들기)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선착순 신청을 해서 첫째를 데리고 2주간 주말마다 비누와 양초를 만드는 수업에도 참여했답니다.
또 언제는 신문을 보다가 육아 꿀팁을 글로 써서 보내면 기사로 채택될 경우, 그림책 선물을 준다기에 세 아이의 엄마로서 지니고 있던 육아 소신과 함께 지역 내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좋은 맨발 걷기 장소를 사진을 곁들여 소개했어요. 그다음 달, 제 기사가 실린 신문을 받아보았는데 정말 기뻤답니다.
아마도 이렇게 지역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 계기에는 저희 부부의 절약하는 삶도 한몫했습니다. 세 아이를 기르고 또 제가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재정적으로 아끼는 삶을 사는 중이에요.
그 과정에서 사교육이나 유료 문화체험보다는 좀 밋밋할지라도 세 아이들에게 자연친화적인 수업, 그림책과 친근하게 지낼 수 있게 도와주는 수업 등을 듣게 하고 싶었습니다. 도서관에서는 만 원 미만의 재료비만 내면 일주일에 한 시간씩 6~8회에 걸쳐 그림책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구내의 지원행사는 결코 제가 육아휴직을 한 엄마라서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예로 작년에는 아빠의 육아를 돕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습니다. 육아를 함께 하는 남편이지만 평일에는 직장생활로 인해 아이들과 놀 시간이 많이 부족한데 이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으면 다채로운 세 아이 육아가 가능할 것 같아 열심히 클릭을 해서 신청가능 인원에 들어갔습니다.
담당자분의 섬세한 프로그램 구성력 덕에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유익한 활동키트를 택배로 받았어요. 배추흰나비애벌레 키우기 키트, 강낭콩 키우기 키트 등을 받아 주말 오전에는 아이들과 함께 식물, 곤충의 한 살이를 살펴보았답니다.
사실 이런 활동은 마음만 먹으면 직접 구입해서 할 수는 있지만 아빠들은 선뜻 마음먹고 나서기가 힘든 활동들이잖아요. 지자체의 지원프로그램 덕에 아이들과 아빠의 유대감이 깊어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이외에도 구청 주관으로 열린 '오리엔티어링(산야·숲 등에서 지도와 나침반만을 사용하여 정해진 목적지를 찾아가는 아웃도어 스포츠의 하나)' 프로그램에 우선참여기회를 얻어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누리며 맑은 가을하늘을 원 없이 보는 특별한 경험도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걸 계기로 저희 가정에는 정말 기쁜 일이 생겼어요. 아빠 육아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정들 중 몇 가정을 선발하여 양성평등 주간 기념 구청장상을 수여한다고 하셨는데 수여 대상에 저희 가정도 뽑힌 것이죠.
올해도 워킹 대디를 지원하기 위한 육아프로그램 모집공고가 떠서 어김없이 참여 신청을 했고 콩나물 키우기 키트, 친환경 비누 만들기 키트를 받아 주말시간을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매 달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지역구 내 작은 도서관, 시장을 방문하여 애향심을 가지는 활동도 이어서 하고 있어요.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가족센터에서 과자 키트를 수령하여 온 가족이 함께 산타할아버지의 얼굴을 다양한 과자로 표현하는 활동을 했고 보건소의 지원 사업(영양 플러스) 덕에 몇 달 전까지는 1년간 쌀, 달걀, 감자, 당근, 우유를 매달 지원받기도 했습니다. 첫째의 원어민 화상영어도 2개월간 3만 원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지자체의 홈페이지에 실린 안내를 통해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지역신문에는 육아를 돕는 알짜배기 정보도 많지만 구민으로서 짧은 나들이를 할 만한 장소도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는 지금 사는 구내에 30년을 넘게 살았지만 소류지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어요. 지역신문 덕에 연꽃 소류지의 존재를 알게 되어 아이들과 함께 가서 개구리도 보고 연꽃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경험도 했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정보를 싣고 있는 지역소식지와 구청홈페이지, 지금부터는 관심을 갖고 살펴보시는 건 어떨까요? 평범한 일상에 소소한 재미를 더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