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들이고 힘 안 들이는 한글 가르치기
오늘은 아이들의 한글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지금 8, 6, 3살 삼 남매를 키우고 있어요. 그리고 첫째, 둘째도 모두 집에서 제가(그리고 때때로 남편도 함께) 한글을 가르쳤답니다.
생각보다 집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희가 그동안 두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겪었던 일들을 글로 정리하면서 여러분들에게도 정보를 나눠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유치원을 다니는 연령의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방법을 크게 5가지로 정리해 보았어요.
아이가 배우고 싶어 할 때를 기다려라
아이가 고른 교재로 시작하라
매일 최소한의 분량이면 충분하다
아이가 잘 알지 못해도 꾸준하게 하라
공부가 끝날 때에는 무조건 칭찬하라
1. 아이가 배우고 싶어 할 때를 기다려라
적기 교육이 정말 중요하죠. 여기서 말하는 적기 교육이란? 바로 '학습자의 발달단계나 학습자의 마음 준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가장 적절한 교육을 시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아이가 배울 준비가 되었을 때 인풋을 해주는 거예요. 요즘은 '조기교육'을 많이 시키더라고요. 아이가 한글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걱정을 하고 먼저 가르칠 방법을 찾는 게 트렌드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이런 트렌드에 반대합니다. 첫째는 6세 여름쯤, 둘째는 6세 3월쯤
엄마, 한글 가르쳐 주세요.
배우고 싶어요.
라는 말을 했어요. 저희 아이들이 특별한 거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제가 보기엔 그저 평범한 어린이일 뿐입니다........ 주변에 한글에 빨리 눈 뜬 아이들이 자신에게 편지를 써준다거나 그림책을 술술 읽는 모습을 보더니 한글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따라서 아이가 한글을 가르쳐달라고 할 때를 기다리시는 걸 추천합니다. 대신 넋 놓고 기다리기보다는 그림책을 읽으실 때도 제목을 한 자 한 자 손으로 짚어가면서 읽어주신다거나 부모님의 차량번호 가운데 한 글자는 알려준다거나 아이 이름에 있는 글자가 들어간 간판을 찾아보는 등 자연스럽게 글자와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시면 좋답니다.
2. 아이가 고른 교재로 시작하라
첫째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첫째를 '기적의 한글'로 가르쳤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후회를 했어요. 이건 아이가 고른 교재가 아니었거든요. 제가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한글을 가르치기에 좋다는 교재를 찾아서 구입을 했습니다. 아이의 선택이 배제되었다는 점이 미안하고 아쉽더라고요.
요즘은 유아 학습서가 굉장히 잘 나옵니다. 캐치티니핑, 한글용사 아이야, 포켓몬스터 등 캐릭터를 활용한 한글 교재도 무척이나 많아요. 비록 한글을 익히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동일하게 한글을 읽는 수준으로 나아갑니다.
따라서 아이가 한글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면 그 타이밍은 놓치지 말고 대형 서점에 가셔서 아이와 함께 교재를 고르시던지 또는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서 아이에게 원하는 교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좋겠어요.
둘째는 한글용사 아이야를 좋아하는 딸이랍니다. 마침 한글용사를 활용한 한글 교재가 출간된 것을 알게 되어 이 교재를 인터넷으로 주문했어요. 아이는 6권을 다 하는 내내 엄청 즐거워하며 한글을 배우고 익혔답니다.
참고로 저는 여러 가지 이유로 패드 학습은 지양하는 편입니다. 공부방에도 보내지 않고 순수하게 집에서 저와 남편이 가르쳤어요. 워크북을 출력해서 공부하는 것도 저는 좀 비추천하는 입장이에요. 스티커도 붙여보고 한 장 한 장 해나가는 성취감도 느끼려면 제대로 된 교재를 구입하시길 추천합니다.
3. 매일 최소한의 분량이면 충분하다
한글 공부 집에서 시작하면 하루에 얼마 정도 가르쳐야 하나 궁금하시죠? 저는 시간보다는 분량을 기준으로 삼으시길 추천드려요.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아이들은 천천히 풀 가능성이 많아요. 처음에는 흥미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중간중간 난관이 찾아옵니다. 그때마다 시간을 기준으로 해서 빨리 풀지 않는 아이를 다그치면 소위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친자 인증'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엄마는 부글부글, 아이는 눈물바람......
따라서 최소한의 분량으로 끝까지 이어가주세요. 저 같은 경우는 첫째가 6살 여름에 한글 공부를 시작할 무렵부터 8살인 지금까지 하루에 공부는 딱!!!! 4쪽만 시킵니다.(학교에서 내준 숙제는 예외) 기적의 한글 이후로는 매일 4쪽을 풀 교재를 아이의 선호를 반영하여 구입했어요.
첫째의 경우 2021년 6월부터 네 쪽 공부를 시작했는데 2023년 8월까지
기적의 한글 6권
음악이론 문제집 3권
킨더팩토 4권
스마트 파닉스 1권
완자 초등수학 문장제 기본 1권(지난여름방학)
위의 책들을 다 풀었어요. 꾸준함의 힘은 정말 대단합니다. 얼마 전에는 둘째가 킨더팩토 문제집 1권을 푸는 걸 지켜보던 첫째가
엄마!
00이(둘째) 벌써 그만큼이나 풀었어요?
공부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첫째도 놀라더라고요. 하루 네 페이지가 엄청 작아 보이지만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하면 결코 적은 분량이 아니에요. 그리고 아이도 네 페이지 이상 넘어가면 집중력이 심하게 흐트러지기 시작합니다. 다독다독 겨우 다독여서라도 하기에는 4페이지 정도가 저는 딱 좋았어요.
이 분량도 엄마가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말고 아이가 선택하게 해 주세요. 조금 더 지혜롭게 접근한다면
매일 4페이지 할래?
6페이지 할래?
로 질문하시면 가장 좋겠죠? :) 아이가 선택하고 부모가 그 선택을 존중해 줬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4. 아이가 잘 알지 못해도 꾸준하게 하라
한글 습득은 시간이 흐를수록 차곡차곡 사선으로 실력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성장하더라고요. 어제 배운 걸 오늘 다시 물어봐도 아이들은 답을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어제 여러 번 반복해서 적은 글자를 읽어보라고 시키면 "몰라요.", "모르겠어요."가 단골 대답이었어요.
하지만 아이를 혼내지 마세요. 우리도 책 한 번 읽었다고 다 기억 못 하잖아요? 내 아이가 너무 늦된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으로 아이를 다그치지 마시고 알거나 모르거나 다시 새 마음으로 시작하시는 겁니다. 다만 어제 배운 걸 너무 기억하지 못할 때는 짧게라도 복습해 주시고 오늘 분량을 시작해 주세요. 그리고 마칠 때도 어제 배운 것과 오늘 배운 것을 한 번씩이라도 훑어주시면 조금 더 도움이 될 거예요.
5. 공부가 끝날 때에는 무조건 칭찬하라
저희 둘째의 경우에는 얼마 전에 '한글용사 아이야' 한글 교재 6권을 끝냈답니다. 매일 4페이지를 하다 보면
엄마!! 한글 공부 더 하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아이였어요. 하지만 저는 항상 AI처럼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4페이지 다 풀고 나서도 똑같은 마음이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 줘.
나중에는 마음이 달라질걸? :)
아이도 4페이지를 풀고 나면 자발적으로 더 풀 때도 있지만 보통은 "그만할래요."라고 말하고 자유놀이를 시작해요. 공부가 아이에게 즐거운 경험이 되게 만들어주세요. 아이에게는 인생 첫 공부가 시작된 겁니다. 그런데 엄마는 항상 한숨을 푹푹 쉬고 화를 낸다면 아이는 엄마와의 관계가 좋아지지 않아 슬플 뿐만 아니라 자존감, 공부 정서까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무조건 궁둥이 팡팡입니다. 하루 중 아이들 꾸짖는 시간 많잖아요. 공부를 마칠 때만이라도 구체적인 칭찬을 해주시면 아이와의 관계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제 고작 6살인데 한글 공부를 하다니 얼마나 대견한가요? 옆집 아이, 유치원 친구들과 비교하지 마시고 내 아이, 소중한 내 아이만 온전히 바라봐 주세요.
두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쳤던 경험을 토대로 오늘은 6세의 한글 공부에 대해서 기록해 보았습니다. 당부를 드리자면, 혹여 아이에게 4쪽도 많게 느껴진다면 한두 페이지부터 시작하셔도 됩니다. 자녀교육에 '절대'라는 것은 없으므로 상황에 맞게 아이의 성향을 고려하여 시작하시면 될 것 같아요.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anniespratt,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