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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흥라떼 Jan 19. 2023

차가 두 대이지만 출퇴근은 버스로 합니다

나는야 자발적 버스홍보대사

2020년 저는 직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아파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직주 초근접이었습니다. 그러나 셋째를 임신하기도 했고 사정상 이사를 할 여러 가지 이유가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이사 갈 집의 위치에 대한 몇 가지 기준을 두고 남편과 의논하여 인근 광역시에 있는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선순위에 속하는 기준 중 하나는 바로 제가 '버스'로 출퇴근이 가능한 위치의 집이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운전을 할 줄 알긴 했지만 저희가 가진 한 대의 차는 남편이 출퇴근용으로 쓸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맞벌이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므로 집 위치는 대중교통과의 접근성이 매우 중요했던 거죠.


그 사이 이사도 하고 셋째도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버티다 버티다 어쩔 수 없이 아이 셋을 안전하게 태우기 위해 차를 한 대 더 구입했습니다. 짠테크의 적인 '집안에 차 2대'가 된 것입니다. 올해 저는 복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원래 남편이 타던 차를 받아서 출퇴근을 했습니다. 하지만 3월의 어느 날 이 집을 고를 때의 기준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버스로 출퇴근을 하기 위해 이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나는 왜 자차로 다니지? 습관이 무섭다더니 바로 이거구나.' 약 2주 동안 운전을 하고 3월 중순이 지날 무렵 출근준비를 하던 어느 날 아침, 갑작스럽게 버스시간표를 확인하고 정류장으로 뚜벅뚜벅 걸어갔습니다.  


그날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버스로 출근하는 걸 이렇게 즐거워하는 저라니. 사실 처음에는 3년 만의 복직이라 자차로 출퇴근하는 그 길이 정말 상쾌하고 즐거웠습니다. 일상이 드라이브인 그 느낌을 아시려나요.......? 그런데 듣기 좋은 말도 한두 번이어야 하는 것처럼 자차로 출퇴근하는 것도 1, 2주가 되니 지겹고 피곤해지더라고요. 원체 운전을 즐겨하진 않던 저라서 그런지 기쁨이 오래가지 못하고 오히려 신경을 써야 하는 운전이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했던 것입니다.


그날로부터 10개월간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해보니 사실 어려움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단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일이 매우 귀찮았습니다. 자차로 갈 때는 주차장에 제 차가 있기 때문에 집을 나서서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꼬박 10분을 걷습니다. 걷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얼마나 빠른 걸음으로 가는지 몰라요. 비가 오거나 추운 겨울, 더운 여름에는 또 어떤가요? 말하지 않아도 불편함이 예상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심지어 제가 타는 버스는 15~20분마다 한 대씩 있습니다. 이건 진짜 진짜 치명적인 단점이에요. 아침 시간은 5분, 10분이 정말 중요합니다. 까딱하다가는 버스를 놓치기 십상인 이 배차간격을 어쩌면 좋으려나 싶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중순의 그날, 버스로 처음 출퇴근 한 이후 지금까지 버스이용을 꾸준하게 지속해 왔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버스로 하는 출퇴근의 장점과 매력을 차분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동안은 어렴풋하게 느꼈던 장점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보니 크게 3가지였습니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이득입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았습니다. 한 달에 버스를 20일을 탄다고 가정했을 때 자차를 이용했을 때의 톨게이트비 그리고 기름값과 비교해 보니 10만 원 가까이 절약이 가능했습니다. 일 년으로 치면 120만 원입니다.(사실 정확한 금액은 1,355,520원이었습니다.) 게다가 작년 6월부터 알뜰교통카드의 존재를 알게 되어 매일 어플을 활용해 마일리지를 적립받습니다.(궁금하시면 꼭 검색해 보시길!) 이것만 해도 지난 3개월간 돌려받은 금액은 한 달 평균 7천 원이었습니다. 교통비가 더 줄어든 셈입니다. 얼마 전에는 자동차보험의 특약 중 하나인 '대중교통 이용할인'을 받았습니다. 이걸로 4만 원 정도를 환급받았습니다. 출퇴근 수단만 자차에서 버스로 바꾸었을 뿐인데 여러 부수적인 비용들이 추가로 절약되고 환급을 받는 등 이득이 많았습니다.


두 번째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침에 버스시간을 맞추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이른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엄청 불편할 수 있겠다 싶지만 나름 조용한 시간에 이른 출근을 하면 하루를 여유 있게 보낼 수 있습니다. 새벽기상을 한다거나 직장에 일찍 가시는 분들은 저의 이 마음을 잘 아실 것 같아요. 하루를 계획하고 커피 한 잔을 하며 차분하게 시작할 때와 허겁지겁 도착해서 닥치는 대로 급한 일부터 하나씩 처리하는 건 마음가짐에서부터 이미 다르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버스시간을 맞춰야 해서 퇴근시간에 탈 수 있는 버스 시간도 정해져 있으니 일과 중의 일을 최대한 효율성을 발휘해서 할 수밖에 없어요. 시간의 활용을 지혜롭게 하기 위한 방법을 버스를 타기 시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터득해 가게 된 것입니다.


셋째로 생산성이 극대화되었습니다. 이는 두 번째와 비슷한 맥락이기도 합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버스를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저는 그간 하지 못했던 일 또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합니다. 어떨 때는 너무 피곤해서 잠을 자기도 하고 어떨 때는 신나는 음악을 며칠에 걸쳐 질릴 때까지 무한 반복하며 듣습니다. 때로는 블로그와 브런치에 썼던 글을 간단하게 편집하거나 글에 넣을 적절한 사진을 골라보기도 합니다. 또 창 밖을 바라보며 글감을 떠올려보기도 해요.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운전을 할 때는 오로지 운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제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건 그저 귀로 듣는 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탈 때는 원하는 곳으로의 이동은 알아서 해주시니 제 두 손과 눈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자잘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말 많습니다. 직장에서 동료분들이 제에게 출퇴근을 어떻게 하냐고 물으시면 저는 주저 없이 "버스 타고 다녀요."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꼭 뒤이어 저희 집 근처에 사는 분들에게는 "버스 한 번 타보세요! 진짜 좋아요."라고 말합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저는 버스홍보대사를 자처하는 것입니다. 겨울이라 날이 추워도, 비가 와도 이제 제게는 버스를 타지 않을 이유보다 버스를 탈 이유가 더욱 많습니다. 우리 집에서 고정비용 지출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대중교통 중 하나인 버스입니다. 차가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장점들도 사실 많습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상황도, 여건도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가운데 제 차를 운전해서 가는 것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더 좋은 타이밍이 한두 번은 꼭 올 수 있습니다. 그때 주저 없이 '딱 한 번만' 버스 내지는 지하철을 타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사진
© oliver_photographer,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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