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흥라떼 Jan 08. 2023

커피값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짠내나는 절약 분야, 바로 커피

작년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가계부를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처음으로 다 쓴 한 해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절약과 관련하여 깨달은 바가 정말 많지만 주목할만한 성과라고 한다면 바로 커피값을 대폭 줄인 것입니다. 저희 부부가 커피에 들이는 돈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긴 연예 때부터 카페는 저희 데이트의 필수코스였습니다. 그리고 신혼을 원룸에서 시작할 때는 집이 너무 좁아서 유일하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공간의 여유로움을 느끼던 저희라 자연스레 카페의 분위기, 그리고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두세 달의 시행착오 끝에 5인 식구인 저희 가족의 한 달 식비를 60만 원으로 제한하고 난 뒤 가장 손쉽게 그리고 빠르게 지출비용을 줄여야 할 부분은 바로 '커피'라고 생각했습니다. 커피값이 가장 아깝게 느껴졌고 가장 줄이기 쉬울 거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는 1년 간 저희 부부가 이 커피값을 아끼기 위해 했던 세심한 노력들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 내용들을 크게 4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캡슐을 100개씩 사는 것을 멈췄다.

저희 집에는 네스프레소 커피머신이 있습니다. 정말 좋아하던 기계라 이 머신을 통해 종종 커피를 내려먹는 걸 즐겨했던 저희였습니다. 하지만 캡슐을 한 번에 100개씩 사면 4-5만 원이 지출되었습니다.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식비의 10프로에 가까운 금액이 캡슐구매로 한 순간에 지출되는 꼴입니다. 멈춰야 했습니다. 일상의 힐링이고 자시고 지금은 돈을 아껴야 하는 필수시기이기 때문에 그만큼 간절해졌습니다.


대신 갑자기 끊기는 너무 아쉬워서 직장에서 동료들에게 공동구매를 제안했습니다.(직장에도 같은 브랜드의 커피머신이 있기에) 제가 주최자를 자처했고 공동구매 형식으로 나눠서 구입을 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사기에 이제는 100개 대신 20-30개씩 구입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캡슐이 적어진 만큼 자연스럽게 저희에게는 이 캡슐이 소중해졌고 그래서 소위 말하는 '진짜 당길 때만' 먹는 짠돌이, 짠순이가 되었습니다.(아이고 짠내야) 사실 지금은 캡슐이 다 떨어진 지 2-3달이 되었지만 재구매를 안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둘째, 대체품(카누, 믹스)을 찾아냈다.

하지만 절약을 한다고 해서 잘 마시던 커피 자체를 끊을 수는 없었습니다.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고요. 그래서 대체품을 찾아야만 했어요. 그것은 바로! 카누와 믹스입니다. 동서식품에게 감사드리며...... 어떻게 이런 커피를 만들 수 있는지! 카누와 믹스로 말할 것 같으면 가성비가 진짜 갑이거든요. 한 포에 100-200원대라서 캡슐 1개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맛난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커피 한 포의 가격을 아는 분이라면 짠테크 대열에 어느 정도는 발을 들이고 있다는 뜻) 절약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전처럼 공간의 여유와 커피의 풍미 따위는 제게 우선순위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마시고 싶은 커피는 마시되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지가 문제였거든요.


남편은 한 술 더 떠서 카누와 믹스를 조합해서 만든 레시피를 찾아내고 집에서 저를 상대로 실험작을 내밀곤 했습니다. 저흰 그 과정이 재밌어서 '도대체 카누랑 믹스로 어떻게 이런 맛을 내?'라고 칭찬하며 깔깔 웃는 시간을 누렸습니다. 심지어 지인들이 오면 이 라테를 선보인 적도 있습니다.(후에 지인은 그 레시피를 상세하게 물어올 정도로 아주 매력적인 맛이랍니다.)


셋째, 카페 발길을 끊지는 못했고 줄였다.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캡슐커피가 아니고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였습니다. 카페를 가면 한잔에 최소 3천 원, 비싼 메뉴는 6천 원 정도의 지출도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벌이가 좋았을 때 그리고 절약에 관심이 없을 때는 스타벅스의 자동충전 5만 원도 예사였던 저희였지만 지금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영유아 셋을 키우기에 자주 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가계부를 적고 보니 아예 발길을 끊은 건 아니더라고요.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가지 말자라고 하기엔 카페가 주는 매력이 넘치기 때문이죠.


여기에는 바로 용돈시스템이 제격이었습니다. 저의 이전 글을 읽으신 분은 알겠지만 저리 부부의 한 달 용돈은 10만 원입니다. 자신이 마실 커피는 용돈으로 알아서 사 먹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이룬 것입니다. 한 달 동안 10만 원으로만 자유를 누릴 수 있기에 생활비에서 커피값을 아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 용돈 10만 원도 소중합니다. 그래서 카페로 향하는 발걸음의 횟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습니다. (내 피 같은 용돈을 아끼기 위해) 카페를 가려다가도 "그냥 집에서 책 읽으며 카누 한 잔이나 먹어야겠다."로 마음이 바뀌는 횟수가 늘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정 카페가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질 때면 이벤트 광으로 변신합니다. 제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의 이벤트 또는 공공기관과 여러 기업의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좋은 결과를 얻어 기프티콘이 생기면 룰루랄라 가벼운 마음으로 카페로 향합니다. 기프티콘이 넘칠 때면 남편에게 선물을 주는 아량을 베풀기도 했답니다.


넷째, 프로당근러가 되었다.

이건 제 이야기는 아니고 남편의 이야기입니다. 저희 남편은 지난주에 카누 81포에 8000원이라고 뜬 글을 보고는 잽싸게 예약을 걸고 바로 다음 날 거래를 하러 다녀왔습니다. 남편의 어플 알림에는 카누, 맥심(화이트골드, 슈프림)이 자주 떠요. 이렇게 까지 열심히 할 일인가 싶을 정도로 그 글들을 부지런하게 본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육아휴직 중에는 특히 커피가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일하는 사람도 커피가 소중하지만 육아하는 사람은 집안일을 하다가도, 육아를 하다가도 당이 떨어질 때면 거의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들이키게 되잖아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 수록 커피에 더 손이 가게 마련인데 카페커피는 용돈이 지출되는 거니 막 사 먹을 수 없고 결국은 집커피로 해결을 해야 하니 더 저렴하게 사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얻은 하나의 팁이었습니다. 카누를 싸게 샀다고 뿌듯해하는 남편을 보면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되었을까 싶다가도 일상을 즐겁게 사는 하나의 방법인거지라고 생각하니 이내 이너피스가 찾아왔습니다.




집에서 마실 커피를 위해 한 번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을 줄이기, 비싼 커피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대체품을 찾기, 카페 출입을 줄이기 위해 용돈시스템을 도입한 것, 그리고 중고거래로 저렴한 커피를 더 저렴하게 사는 것이 바로 저희 부부의 커피값 다이어트 비결이었습니다. 어제도 남편이 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후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사는 저희가 웃기고 재밌기도 합니다.(라고 믿고 싶습니다.)


절약 끝에 낙이 오겠지요......?


카누와 믹스로만 만든 홈라테, 이제 라테아트를 도전해 보는 건 어때? (남편)
사진 © inekehuizing, 출처 Pixabay
이전 04화 절약은 하고 싶지만 인색해지고 싶진 않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