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이들 아침으로 모처럼 팬케이크를 만들었다. 반죽물 만드는 일이 우선이다. 계란을 넣고 우유를 부어 잘 저어서 준비한 반죽물을 팬케이크 가루에 붓는다. 반죽물을 조금씩 넣어가면서 가루를 저어가며 반죽을 만들어갔다.
처음엔 팬케이크 가루에 반죽물이 조금 들어가더라도 가루는 반죽으로 변하지 않고 가루 본연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가루가 품을 수 있는 최대치까지는 반죽물을 숨기고 있다. 갑자기 그 가루가 우리 사람들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아픔도 슬픔도 겪어나간다. 처음엔 팬케이크 가루가 그러했듯이 반죽물 같은 슬픔이 밀려와도 견디어 낸다. 어느 정도의 어려움은 견딜만하다. 또 그때는 겉으로는 티도 나지 않는다. 내가 아직 인생의 고난을 품을 만하다고 그냥 생각한다.
팬케이크 가루에 반죽물을 더 붓는다. 이젠 가루의 모양은 어디 가고 점점 더 걸쭉 해 진다.
사람의 마음은 팬케이크 가루보다는 더 깊고 넓다. 그러나, 인생의 슬픔도 마음속에 무한정 품을 수만은 없다. 언젠가는 삶의 슬픔과 어려움에 반죽물을 먹은 그 가루처럼 우리도 걸쭉해져 버린다. 감추었던 그 마음속 어려움들이 밖으로 뒤 섞여 나와 사람과 하나로 섞여 버린다.
반죽물을 가루에 붓는 이유는 팬케이크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어쩌면 삶에 고뇌가 있는 이유도, 우리에게 어려움이 닥치는 이유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삶의 어려움을 또 슬픔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 나를 담근다. 온전히 그 속에 들어가서야 그리고 그것과 한데 섞여야 난 오히려 그 슬픔 속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단한 나로 거듭난다.
가루가 반죽물을 머금고 걸쭉한 반죽이 되어 팬케이크로 거듭나는 것처럼 말이다.
‘팬케이크에서 이런 걸 생각하는 내가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어쨌든 오늘은 더 모양이 좋은 팬케이크가 되었다. 맛있게 가족들과 아침을 먹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