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키타카존 Apr 20. 2023

'애착인형' 사진을 올린 친구

늦깎이 아빠에게 축하를 보내며

 대학 동기들과의 정기적인 모임이 있다.

사실 정기적이라기보다 어느 날 갑자기 '한번 만나야지' 하고 누군가 카톡에 글을 남기고, 며칠며칠 날짜가 오고 가고, 지방에 사는 친구가 '그날 서울로 오는 표를 끊어야 해?'라고 묻고, 어느 누구도 확답하지 않으면 '나 그날 표 끊었어'라고 하면 모임의 날짜가 정해진다.

멀리서 오는 친구가 미안해서라도 그날 모여 모처럼의 주말 오후 해방을 맞는 아저씨들의 저녁이 이어진다.


사실 가장 최근의 모임은 작년 크리스마스였다. 크리스마스에 멀리 지방에 있는 친구 녀석들도 올라왔다. 가족들과 함께 하지 않고 모였던 이유는 한 친구의 결혼식이 있어서였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친구를 축하해 주기 위하여 가족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를 포기하고 그 결혼식에 모였다.


무슨 공부욕심이 그리 많았는지 여러 공부를 하고 이젠 산에서 하산하듯 공부에서 하산하여 직장을 다니면서 몇 년 전부터인가 만나기 시작한 반가운 친구였다. 카카오스토리에 자기가 잘 가는 식당 사진을 부지런히 올리던 친구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사진에는 혼자 먹기에는 많은 양의 음식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론 덩치가 어는 정도 있는 친구여서 혼자 다 먹는다 해도 믿을 수 밖에는 없었지만 그래도 2인분 이상보이는 식사, 멀리서 찍힌 다른 수저 등을 보아 혼자가 아니라는 걸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여행 사진에서 살짝 여자친구 모습이 찍혔다. 직접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말하기는 쑥스러운지 의도적인 노출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마스에 밥이나 먹으러 오라며 청첩장을 친구들에게 돌렸다.


 며칠 전 그 친구가 '애착인형'이라며 사진 하나를 올렸다. 가을에 아빠가 된다는 수줍은 한마디가 달려있었다. 축하메시지로 폭탄 맞은 단톡방에 나도 축하메시지를 남겼다.


결혼을 해서 남편이 되고, 아이를 낳아 아빠가 되는 그 평범한 삶을 늦게나마 살게 된 친구에게 더 행복한 삶을 살라고 축하해 주고 싶다. 30대의 시절 결혼하는 친구들의 결혼식에서 첫아이의 돌잔치에서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을 그 친구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이라도 남편으로 아빠로의 행복한 삶을 사는 것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그리고, 아직 반쪽을 찾지 못한 몇몇 친구들도 좋은 짝을 찾기를 바란다. 물론 비혼주의이고 혼자의 삶이 좋다면 난 기꺼이 그 삶도 응원한다. 그러나 그 몇몇 친구는 비혼주의는 아님을 알기에 올해는 좋은 만남이 있어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그 친구들의 결혼식에 기꺼이 가고 내년 이맘때는 조카들의 탄생도 축하해 주고 싶다.



어떤 게 평범한 삶인지의 기준은 없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은 낳고....

이런 평범함이 행복의 기준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삶을 동경하는 누군가에겐 평범함이 사치일 수도 있고, 어딘가의 일탈을 동경하는 이에게는 이런 평범함이 하나의 굴레일수도 있을 것이다.


평범함이 고민이라고 외치던 나였지만... 어느 순간에는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올 때도 있었다.


평범한 인생을 꿈꿔온 그 친구도 아마 평범함 그 삶들을 동경하고 이젠 완벽한 그 평범함의 대열에 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더 행복한 마음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간다. 하루하루의 평범함도 좋고 일탈의 순간들도 좋다. 주어진 순간순간 행복함을 느끼는 삶을 바란다. 친구의 축하메시지에 내가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었던 그 순간들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과거의 순간들에 미소 짓고 또 다른 나에게 다가올 시간들에 설레어 본다. 평범한 순간이라도 일탈의 순간이라도 행복감을 느끼는 그 시간들을 기대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팬케이크 반죽에서 찾는 인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