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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Apr 23. 2023

70인치 TV를 잘 산 걸까요?

슬기로운 TV 시청을 위하여

집안 가구와 가전제품을 바꾸는 주기가 있다. 가장 많이 바꿀 때는 새집으로 이사를 갈 때이다. 지금 사는 곳에 리모델링을 하면서 이사 온 지도 어느덧 5년이 훌쩍 넘어간다. 그때는 가구 위주로 집안의 변화가 있었다. 가장 먼저 안방의 침대를 바꿨다. 소파를 버리고 거실에 탁자가 놓였다. 아이 방에는 고학년용 책상이 들어왔다. 주방엔 새로운 식탁이 놓였다.  가구들은 오래되어서 바꾸기보다 유행이 지났거나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 바꾸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 대표적인 게 소파였다. 거실에서 책을 보는 분위기로 집안을 바꾸기 위하여 과감히 탁자가 놓인 것이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탁자는 처음의도와는 다르게 아이들의 잡동사니가 올라가 버려 책을 읽을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리를 해야 하는 시간이 별도 피로 할 정도였지만, 이젠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가고, 노트북도 한편에 고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노트북이 놓여 있는 자리는 좋은 글쓰기 장소가 된다. 둘째도 영어 숙제를 할 때면 이 노트북을 사용하니 나름 집안에서 좋은 공용공간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런저런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이사 올 당시 가전제품은 그냥 그대로 쓰기로 했었다. 가전제품은 유행이 지나서 바꾼다기보다 사용하다 보니 하나둘씩 고장이 나기 시작하면서 바꾸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제일 먼저 신호가 온 건 냉장고 였다. 3년 전부터 냉동고가 잘 안 되어 AS를 불러 청소도 하고 이것저것 수리를 했다. 급기야는 모터도 거금을 주고 교체했다. 그때 냉장고를 바꿨어야 하는데.... 결국은 약해져 가는 냉장고 성능에 혹여나 상한 음식을 먹을 것이 걱정이 되어서 작년에 새 냉장고로 바꿨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양문형의 냉장, 냉동 성능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OO마트로 향하였다. 그런데 견물생심이랄까 자꾸만 좋아 보이는 모델과 성능들의 냉장고가 자꾸만 보여서 결국엔 냉장고가 위칸, 냉동고가 아랫칸인 나름 최신 냉장고를 사게 되었다. 예산초과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잘 샀다 생각하고 사용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활필수품이 돼버린 건조기, 스타일러, 그리고 나름 유명한 고가의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등 새 제품이 집안 곳곳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끝까지 못 바꾸고 있는 가전제품이 하나 있었다. 그게 바로 TV였다. 꽤 오래전 HD TV로 살 때는 그렇게 크게 보였지만 어느덧 너무 작아져 버린 TV였다. 당시에는 TV속 배우들의 얼굴이 너무 잘 보여 땀구멍까지 보인다고 흥분했지만 지금은 그냥 저화질 TV가 돼버렸다. 구입당시 인터넷과 연결이 된다고 나름 신기해하던 스마트 TV였지만 지금은 OTT로 직접 연결해서 보기도 힘든 구형이 돼버렸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작년부터인가 가끔 오디오가 몇 초간 끊겨서 중간중간 흐름이 자꾸 끊겼다. 그래도 계속 버티어온 TV였다.


큰 아이가 생기고 집에  TV가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집 큰 아이는 유치원에 갈 나이까지 집에서는 TV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나름 창의적으로 잘 논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부모의 노력이 더 들어가지만 함께 놀아주려고 많이 노력도 했었다. 사실, TV에 대한 이런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길들여온 교육 방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TV가 바보상자로 통했던 학창 시절 TV는 부모님이 외출하신 사이에  몰래 보던 놀이기구였다.


그러던 사이 세상은 너무 많이 바뀌었다. 핸드폰이 생기고 유튜브가 발달하다 보니 오히려 장소와 시간이 제어 가능한 TV는 그나마 건전한 미디어가 되었다. 그러나 넷플릭스 등의 OTT가 등장하면서 사실 TV도 이젠 시간을 제어 못하는 미디어로 바뀌어 버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런저런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래도 TV 보는 시간은 어쩔 수 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 큰맘 먹고 70인치 TV로 바꾸었다. TV와 자동차는 커야만 한다는 주위 동료의 말이 있기는 했지만 더 큰 모델을 포기하고 예산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TV를 켠다. 화면이 커지고 그 화면 속의 인물들도 더 선명하고 커졌다. 조만간 넷플릭스에 가입할 것 같다. 아이들이 유튜브를 TV로 볼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과연 70인치 TV를 잘 산 것일까?


세상이 바뀌는 것을 거부할 수는 없다. 바뀌는 세상을 차단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큰 고화질 TV를 잘 샀다고 느끼도록 할 방안을 잘 찾아봐야겠다. 그래도, 이 TV를 통하여 브런치에 글 하나를 쓰게 된 건 좋은 장점이다.


아이들 걱정을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내가 점점 TV속으로 빠져 들게 될 것이 걱정이 된다. 마음을 잘 가다듬고 슬기로운 TV 생활을 해 보아야겠다.



메인 사진은 요즘 내가 즐겨보는 김태호 PD 가 연출한 '지구마을 세계여행'이다. 유튜브를 즐겨 보지 않지만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의 세 여행 유튜버가 브루마블 게임으로 실제 여행하는 내용이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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