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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Jun 10. 2022

건물이 없어졌어요

마음 지키기

 작년 사무실 옆 증권사 건물이 펀드에 매각되었다. 그런데 오피스 사무실을 주거용 시설(생활형 숙박시설)로 만든다고 했다. 건물 외관은 새 건물이어서 리모델링을 하나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대형 크레인이 설치되더니 포클레인이 맨 위층으로 올라갔다. 꼭대기부터 서서히 한층 한층 무너져 갔다. 거의 반년 이상이 걸려 1층까지 완전히 철거되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웅장한 빌딩도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조금씩 조금씩 사라졌다.


 친한 친구의 형님으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오셨다. 몇 년 전 은행 업무 관련해서 문의가 있으셔서 몇 번 전화통화를 하고 최근에도 친구와 점심을 먹으며 형님 이야기를 해서 느낌으로 가까워진 사이다. 형님은 전화로 '상황 변화가 있으셔서 급하게 은행 관련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라고 하셨다. 그 상황도 어쩔 수 없이 말씀 주셨다. 갑자기 아내 분이 돌아가셨다고, 한 달 정도 되었다고 말씀하시는데 내 마음은 울먹이고 있었다. ‘힘내세요’라고 말씀드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힘든 일은 있지만 현실 속에서는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다. 또 현실 속에서는 해야 할 일이 남게 된다. 최근에 친구를 통해 들은 형님은 하시던 일을 더 확장하셔서 바쁘게 지내신다고 한다.


 건물은 철거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어려움이 닥치면 마음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마음이 무너질 조짐이 보이면 꽉 잡아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야 한다. 허문 빌딩을 다시 세우기는 시간과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한 번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마음을 잡기 위해서 본인의 일을 더 바쁘게 만든다. 힘든 생각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찾는다. 때론 사람들과의 만남도 도움이 된다. 어느 하나에 빠져도 좋다. 하고 싶은 취미를 해 보는 것도 좋다.


 나도 갑자기 힘든 상황이 생겼다. 성경 구절이 생각났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네 마음을 지키라 (잠언 4:23)’  실제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해석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넌 흔들리면 안 된다’고 나에게 이야기하는 듯했다.

 힘든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마음 단단히 먹어라’라고 한다.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꽉 잡는다. 억지웃음을 지어서라도, 활기찬 몸 짓을 해서라도 무너지면 안 된다. 난 마침 성경필사를 해야만 될 상황에 놓였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집에서 열심히 필사를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생전 잘 안 보던 드라마에 빠졌다. 주말에 드라마 몰아보기를 하기도 했다.


 큰 빌딩이 무너지는 데 반년 이상이 걸렸다. 마음을 무너뜨린 사건이 클수록 그것으로부터 마음을 지키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때는 반년 어떤 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사실 날씨가 흐리면 우울해지고, 누군가에게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슬픈 음악이 어디에선가 들려오면 센티해지고, 선물이라도 받으면 다시 웃음이 난다. 마음은 흔들리기 쉽다. 이런 흔들림은 괜찮다. 다시 마음을 잘 먹으면 혹 잠깐 발을 헛디뎌도 금방 바로 걸을 수 있는 것처럼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

 그러나, 큰 일 앞에서는 마음을 바로 잡아야 한다. 나만의 마음잡는 방법이 필요하면 좋다. 그것이 종교의 힘이어도 좋고, 일이어도 좋고, 취미생활이어도 좋고, 사람들과의 만남이어도 좋다. 일상의 평정심을 위하여 때론 노력과 수고가 필요하다.


 굳이 힘들여 잡지 않더라도 마음이 항상 잘 서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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