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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Jun 11. 2022

전단지의 슬픈 현실

필요에 마음 더하기 연습

지하철 입구에 전단지 나눠 주시는 할머니는 오늘도 그곳에 계신다. 다시 전단지를 받고 주머니에 넣는다. 어제 받은 전단지가 점퍼 주머니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내용에는 관심이 없다. 그 자리의 할머니만 보인다.


어느 날 초등학교 다니는 둘째 아이는 이런 비슷한 상황에서 이야기한다.  

“아빠 왜 안 받아? 할머니 가지고 계신 거 다 나눠줘야 집에 가시는데”

아이들도 아는 듯하다.

전단지보다 나눠주시는 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코로나 핑계로 안 받던 전단지를 다시 무심결에 받아 든다.




사실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도 알바 중 하나다. 시간당으로 받으시는지 아니면 전단지 건당으로 받으시는지도 모른다. 요즘 따라 곳곳에 전단지를 나눠주시는 할머니들이 늘어나셨다. 어떻게 보면 감성적으로 볼 게 아니라 그분들도 정당한 노동으로 수입을 창출하시는 것이고, 전단지를 받는 사람은 필요에 의하여 받으면 된다. 다만, 나에게 필요는 전단지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전단지를 받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다.


겨울에 집 앞 버스정류장엔 붕어빵 할아버지가 나오신다. 한쪽 눈에 장애가 있으신 분이시다. 사실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붕어빵을 먹고 싶어 사 먹을 뿐이다. 다만, 때론 다른 것을 먹을 수도 있지만 그분에게 산 붕어빵을 드시고 싶으신 분도 있으실 것이다.


지하철역 안에 야채나 도라지를 손질해서 파시는 할머니들을 종종 뵙는다. 지하철역 안에서 이걸 누가 사갈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사가시는 분은 집 앞 마트에서 사도 되지만 필요할 때 할머니가 파시는 야채를 사고 싶은 마음에 자리에 멈춰 섰을 것이다.


세상은 수요와 공급 , 서로의 필요에 의해 돌아간다.

그러나, 그 당연한 원리에 조그마한 마음이 더해지기를 바란다.

뭔가 필요할 때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조금의 불편함과 조금의 가치 하락 정도 감수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면 필요가 없더라도 마음만으로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월드비전을 통하여 두 명의 아이를 도와주었다. 큰애가 어렸을 때부터 아이 이름으로 최근까지 10년 정도였다. 도와주는 아이는 아프리카에서 몽골로 두 차례 정도 바뀐 것 같다. 둘째가 태어나고 둘째 이름으로 한 5년 동안 다른 몽골 아이도 도와주었다.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그 마음을 함께하고 가르쳐 주고 싶었다. 아이들과 가끔씩 오는 사진과 편지를 통하여 우리 가족이 하는 일을 함께 느꼈었다. 시간이 흘렀다. 몽골의 아이는 없어졌다.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후원금만 남았다. 변명인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사라지면서 후원을 그만하기로 했다.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마음도 키우는 데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의 필요에 조그마한 마음을 더해본다. 나도 언젠가 필요가 없더라도 마음만으로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날이 빨리 오도록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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