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어학연수

변화를 결정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의 시작

by 티키타카존

어학연수 계획의 시작은 같은 과 동기지만 두 살 많은 H형과의 대화에서였다. 캐나다에 같이 6개월 정도 가자고 했다. 살 집은 캐나다에 H형의 친척이 있으니 거기 있으면 된다고 했다. 처음엔 망설였지만 H형도 같이 간다고 하고, 나도 외국에서 지내보고 싶었다. 사실 그 당시에 해외로 어학연수를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흔하지는 않았다. 그것도 공대생은 더더욱 없었다. 전공 공부해야지 무슨 어학연수일까 싶을 때였다. 난 갈 결심을 하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생각해 보면 나도 참 철이 없었다. 뻔한 살림살이에 나와 여동생은 대학생이었고 막내는 고등학생이었다. 지금의 나라면 어학연수를 간다고 이야기를 못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나 보다.


아들에게 무한한 지지를 보내시는 엄마는 아버지를 설득하셨나 보다. 물론 내가 뭘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건 그때가 거의 처음이었다. 그런 내가 뭘 하고 싶다고 하니 어머니가 움직이지 않으실 수 없으셨을 것 같기도 하다. 허락도 떨어졌다.


그러던 중 H형이 상황이 바뀌었다고 했다. 본인은 대학원에 가기로 했다고 한다. 어느 교수님 방에 갈지 결정도 했고 면담도 해서 캐나다는 못 갈 것 같다고 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그런데, 그 날벼락이 내 의지를 꺾지는 못했나 보다. 그때부터 부랴부랴 모든 걸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단순했다. 넓은 캐나다 땅 덩어리에서 어디로 가지? 캐나다에 어디 대학이 좋은 거야. 토론토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가 좋다고 한다. 그러면, 그곳과 연계된 어학연수코스로 가면 되겠네. OISE(Ontario Institute for Studies in Education)로 정했다. 토론토대학 부설 어학원인 셈이다. 그럼 어디서 지내야 하는 거지? OISE에 연계된 홈스테이가 있었다. 마지막 비행기표는 어떻게 하지? OISE 수업이 시작하는 시간에 맞추다 보니 직항을 못 구해서 미국으로 경유하는 티켓을 겨우 구했다. 그렇게 나의 캐나다 어학연수 생활은 시작되었다. 재미있는 일은 나중에 H형에게 그때 그 상황을 물어봤더니 기억이 안 난다는 거였다. 난 누구랑 이야기를 했고, 누구 때문에 캐나다로 날아간 거지?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에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왜 어학연수는 간다고 했을까? '

그 먼 캐나다를 혼자 가야 한다는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비행기를 타 본 것도 어렸을 때 부모님과 일본에 있는 친척분을 방문하기 위해 갔던 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 먼 캐나다에 아무 연고도 없이 간다는 게 즐거움보다는 무서웠다. 공항에 홀로 남겨져 후회했다.


미국 비자가 없어서 비행기 환승을 할 때 보안관이 따라다녔다. 난 그냥 날 도와주는 직원인 줄 알았다. 미국은 참 친절한 나라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내가 무비자로 미국에 불법 체류하는 걸 염려한 조치였을 것이다. 어쨌든 무사히 비행기 환승도 하고 우여곡절 끝에 캐나다에 도착했다. 아직도 캐나다의 첫날밤이 기억난다. 무서움도 있었고 새로움에 대한 설렘도 있었다. 그렇게 나의 캐나다 어학연수 생활은 시작되었다.


캐나다의 일 년은 내 인생의 유일한 Job-Off의 시간이었다. 학생, 군인, 회사원 등 항상 신분이 있었다. 항상 만일을 대비하며 생활한 터라 신분이 없는 나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런 내가 어학연수생(?)이라는 신분이 있기는 하지만 빈 공간에 나를 놓아두는 선택을 한 건 지금으로서는 의외의 선택이었다. 그 연수 생활이 내 인생에 어떻게 다가올 거라는 보장도 없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한 거다.


지금은 이야기한다. 캐나다의 일 년은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말이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던 시기였고,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내가 어떤 변화를 결정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의 첫걸음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뭔가를 새로 시작 하기가 더 주저해진다. 원하는 것 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지도 않고 주저주저하는 시간과 시작해서 실패를 맛보는 시간은 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매몰비용의 감당 정도는 고려해야겠지만..


두려움으로 시작한 캐나다 생활이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좋음 경험이 된 것처럼, 오늘도 두려워하기보다는 조그마하더라도 무언가를 시도해보는 하루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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