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친절한 게이 친구
캐나다 어학연수 첫 번째 홈스테이 호스트는 어느 노부부셨다. 나 말고 일본인 홈스테이 학생이 한 명이 더 있었다. 좋으신 분이셨지만 주위 친구들하고 이야기했더니 비용이 좀 비쌌다. 아무래도 학교와 연계된 에이전트를 통했기 때문인 것 같다.
대만 친구에게 소개받아 다른 에이전트를 통해 다른 홈스테이를 구했다. 돈을 송금하러 은행에 갔다. 은행에서 물었다. 이 큰 금액을 왜 송금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에게 왜 송금하는지? 등등 질문이 많았다. 뭐라고 뭐라고 하더니 수표 같은 걸 주었다. 난 송금 영수증인 줄 알았다. 며칠 후 에이젼트는 돈을 못 받았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보냈다고 하고 그 은행 콜센터 직원과 한참을 통화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어학원 수업시간이었다.
“Money Order”
송금수표를 배웠다. 아차. 우편환이다. 내가 송금을 보낸 게 아니라 내가 영수증으로 가지고 있는 그 money order를 별도로 보내야 하는 거였다. 좌충우돌 끝에 난 새로운 곳으로 홈스테이를 옮겼다.
새로운 홈스테이 호스트는 나보다 띠동갑 정도 나이 많으신 아저씨였다. 이름은 Gleen이었다. 나와 토론토대학에 다니는 일본인 학생이 홈스테이 대상이었고 방을 별도로 렌트한 두 명의 캐네디언 있었다.
이런 상황을 에이젼트를 소개해준 대만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그 친구는 갸우뚱하면서 이야기했다.
“오빠! 조심하세요. 게이일지도 몰라요”
그 친구는 화교였다. 내 이름을 너무 잘 발음해서 칭찬했더니 “저 사실은 대학교는 대만에서 나왔지만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화교예요”
20년 이상 흘렀지만 그 친구가 했던 ‘게이일도 몰라요.’라는 한국말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한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이었던 것 같다. 저녁을 먹은 후 나와 일본인 학생은 Gleen 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난 화교인 같은 반 친구가 조심하라고 했던 이야기를 분위기 전환용으로 이야기했다. 그때 Gleen의 얼굴색이 약간 바뀌었다. 자기가 정말 ‘게이’라면 어떡하겠냐는 물음이었다. 나와 일본인 학생은 상관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Gleen은 이야기했다. 네가 이야기한 게 맞다고 했다. 자기는 게이라는 것이다.
나의 캐나다 생활에서의 정말 큰 에피소드이다. 사실 이 글에서 성소수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들이 잘 못된 거다 옳은 거다 말할 자격이 나에겐 없다. 다만, 새로운 나 찾기의 하나로 나에게 주어졌던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할 뿐이다. 어쨌든 Gleen은 나를 돌봐주었던 훌륭한 호스트였고 좋은 친구였다. 내 생일날 직접 만들어줬던 치즈케이크 맛은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시저 샐러드도 마찬가지다. 치즈케이크 디저트와 시저 샐러드 애피타이져는 아직도 나의 최애 음식이다. 나도 나이가 들었는데 Gleen이 잘 사는지 궁금하다. 만약 캐나다 토론토에 간다면 그 집을 직접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