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키타카존 Jul 01. 2022

‘우리 엄마 팔아요’

둘째 초등학교 공개수업을 다녀왔어요

둘째 딸 초등학교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었다. 밖은 비가 너무나 많이 오는 장마이지만 초등학교 교실 안은 맑음이었다. 다행히 직장과 가까운 거리에 학교가 있고 공개  수업이 점심시간에 다녀올 수 있는 시간에 열려서 감사했다.

코로나 때문에 큰 아이 졸업식 때도 작은아이 입학식 때도 제대로 학교에 못 가본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생활하는 학교 교실 안에 들어가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벅찼다. 사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내가 5학년 2학기와 6학년을 보내고 졸업한 학교이다. 그 옛날 교실엔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공부했었는데 그 작은 교실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나의 추억의 어느 흔적이 있는 그곳에 내 아이도 함께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했다. 세월은 흘렀지만 나와 우리 아이들의 초등학교가 그곳이 있다는 사실도 흐뭇한 일이다.


공개수업의 시작은 선생님이 "우리 엄마 팔아요"라는 창작동화를 들려주시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제목만으로도 내용이 궁금해졌다. 아이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가 더해져 나도 어느새 선생님 목소리에 몰입하고 있었다.

발리봐라 로제 담푸스 창작동화

"엄마 나빠"

"다른 사람이 엄마였으면 좋겠어! 나랑 훨씬 더 많이 놀아 주고, 내 방도 가만 놔두는 엄마 말이야!"

"그래, 그럼 엄마를 하나 새로 사야겠구나. 제일 가까이 있는 엄마 파는 가게로 가보렴."

파울리네의 엄마가 태연히 말했어요.

"지금부터 엄마 파는 가게를 찾아볼 거야.

난 새엄마가 있어야겠어."

"같이 가줄까?"

"맘대로 하세요."

파울리네는 새엄마를 사기 위해 약국, 신발가게, 슈퍼마켓, 미용실, 시장 등에 갔으나 새엄마를 팔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슈네크 아저씨네 골동품 가게로 갔다.

"생각 좀 해 보자. 그래, 잘 왔어. 우리 가게는 중고품만 사고 판단다. 젊은 엄마들은 다 팔리고 없어. 우리 어머니 한 분만 남았지. 좀 구형이야 한번 볼래? 어머니!"

머리가 하얗고 장난기가 있는 푸른 눈의 별로 늙어 보이 지도 않는 우아한 할머니가 보였어요.

"저 엄마로 할래요."

아저씨는 말했어요.

"가끔 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지. 물건으로 바꾸면 된단다. 우리 어머니를 데려가는 대신 엄마를 두고 가는 게 어떠니? 우리 어머니랑 같이 지내다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꾸는 거야. 괜찮겠지? 그런데 말이야, 누가 네 엄마를 꼭 사고 싶어 하면 어떡하지?

그럼 난 네 엄마를 팔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세요."


그러나 새엄마는 엄마가 해주던 공놀이도 같이 못하고, 딸기 아이스크림도 같이 못 먹고, 파울리네가 싫어하는 코코아를 주문해 주었다. 파울리네는 진짜 엄마를 다시 데려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슈네크 아저씨의 골동품 가게로 갔다.

 슈네크 아저씨는 화들짝 놀라 하며

"네 엄마를 팔았어. 어쩔 수가 없었단다."

"뭐라고요? 도대체 누구한테요?"

파울리네가 외쳤어요.

"갈색 머리에 키가 큰 남자한테 팔았어. 친절한 아저씨였지. 네 엄마를 사 가면서 값을 넉넉하게 쳐 줬단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파울리네가 울먹였어요.

"자기 딸한테 상냥한 엄마가 필요하다고 해서 말이야."

파울리네는 훌쩍거렸어요.


파울리네는 슈네크 아저씨와 함께 엄마를 찾아 나섰다.

바이킹에서 붉은 갈색 곱슬머리가 위아래로

흩날리고 있었어요. 우리 엄마예요. 엄마가 맞았어요.

엄마랑 같이 있는 남자는 바로 아빠였어요.


선생님은 동화책을 읽어주시고 골든벨을 하셨다.

“주인공 이름은 파프리카이다”

“정답은 X”

문제를 맞힌 아이들에게 환호성을 당부하셨는데 그에 대한 아이들의 환호성 응답에 교실은 떠나갈 듯했다.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방법을 각자 발표하고 정성스럽게 만든 팔찌를 엄마나 아빠에게 끼워 주었다.


집에서 장난치는 조그마한 딸이 의젓하게 앉아서 수업하는 모습과 씩씩하게 발표하는 목소리와 아빠에게 팔찌를 끼워주면서 안기는 따뜻한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집에서 매일 보는 딸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만나니 멀리 유학이라도 보낸 딸을 만나는 느낌이다. 누가 보면 딸 바보라고 할만하다.


수업을 마치며 “참 좋은 말” 노래를 병아리 같은 입으로 이쁘게 합창했다. 눈물이 글썽거리는 내 모습을 보니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가 보다.


아이가 잠들기 전 이야기를 한다.

“아빠! 아빠가 안아주었을 때 울뻔했어. 다른 친구는 울었데.”

아이도 내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느낌이었나 보다. 이젠 아이들을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 이야기해 주어야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