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키타카존 Jul 14. 2022

'탑건 매버릭'이 회사원이었다면?

만년 부장 ‘매버릭’을 바라보며

현재 50대는 학창 시절, 60대와 70대는 사회생활을 하던 시절인 1987년 '탑건 1' 이 개봉되었다. 난 초등학교 때여서 '탑건 1'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지는 못한 아쉬움을 가지고 '탑건:매버릭'을 보았다. 지금 나는 회사를 어느덧 20년 이상 다닌 직장인이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상상을 했다. 만약 매버릭이 회사원이라면 어땠을까?



신입직원 시절 '기획실'에서 뛰어난  업무능력으로 회사 내에서 미래의 임원 감으로 거론되었던 '매버릭'이었다. 입사 30  그는 이제 정년퇴직을 바라보고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 잘리지 않고 버틸  있었던  위기 때마다 그의 구세주가 되어 주었던 신입직원 시절 그와의 라이벌 '아이스맨' 부사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매버릭' 회사 내에서 전설적인 인물이다.  번째는 뛰어난 그의 능력이다.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팔고,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신발을  전설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번째는 아직도 현역으로 업무현장을 누비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그가 임원이 되지 못하고 현역으로 현장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매버릭' 항상 이야기한다. '중요한  회사 명함이 아니라 능력이야'

그 능력을 바라보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회사가 인정하는 능력과 실제의 능력의 차이다.


오늘도 멋지게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를 '제독' 임원은 못마땅해한다. 해고할 구실을 찾아 '매버릭'을 만나러 간 '제독'임원은 그를 본사 기획실로난 인사발령에 화를 낸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수호신이라도 있는지. 매버릭, 기획실로 복귀한다'


'기획실'에는 각 분야에서 가장 활약하고 있는 직원들이 모여 있었다.  

'피닉스, 밥, 팬보이, 행맨, 코요테, 페이백, 루스터'

각자 자기가 최고라고 자랑하는 듯 거만하게 앉아있다. '매버릭'의 임무는 모인 직원들이 회사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 수행을 해 낼 수 있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종료일은 3주. '매버릭'은 뛰어난 실전 감각으로 직원들을 휘어잡고 착실히 교육을 해 나간다. 그러나, 일정이 앞당겨지는 등 여러 이유로 '매버릭'은 교관이 아닌 팀 리더로 참여한다.


결국 프로젝트는 성공한다. 그리고, '매버릭'은 해고 대신 멋진 정년퇴임을 맞는다.


얼마 전 회사 내에서 인사이동이 있었다. 신입직원 때 같은 영업점에서 근무했던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 그런데, 승진이 계속 안되었다. 원인은 여러 가지 일 수 있다. 회사에서 생각하는 기준에 충족되지 못할 수도 있고, 그 친구의 진가를 회사가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발령이 나서 가는 곳마다 실적이 안 좋았던 탓도 있었고, 여러 타이밍이 안 좋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아쉬운 건 나이에 맞는 직급으로 그 직원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선이다. 훌륭한 친구인데 승진이 늦으면 후배들은 무능한 선배로 간주해 버릴 때가 있다. 다행히 그 친구는 이번에 승진을 했다.


탑건 시절 라이벌이었던 '아이스맨'이 사령관이 되었을 때도 ‘매버릭'은 여전히 대령이었다. 회사 내로 비유하면 만년 과장이나 부장이다. 실력은 있는데 승진이 안 되는 선배이다. 실력도 때론 증명해 보이기 어려울 때도 있다. '매버릭'도 사실 실력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무단으로 전투기를 몰고 시험비행을 단독으로 한다. 그런 기회조차 잡지 못한다면 실력이 있더라도 남들이게 보여주지 못하고 그로 인해 인정받기도 어렵다. 그렇게 능력 있는 '매버릭'도 회사 내에서 본인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사라질지도 모른다.


사실 임원이라는 자리에서의 실력은 업무적인 능력만 중요한 건 아니다. 직원들을 대하는 리더십, 새로움을 발견해서 회사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는 능력, 동종업종이나 이종업종 등 다방면의 네트위크 등 필요한 능력은 여러 가지이다. 그렇기에 회사원 '매버릭'이 임원이 되지 못한 이유도 여러 가지 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매버릭'이 존경스럽다. 본인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자랑스러워하고, 그 일을 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모습 때문이다. '매버릭'은 임원이 되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더 즐거워했을 것이다.


그가 사랑한 건 제독도 사령관도 아닌 '파일럿'이었다. 그 '파일럿'에 그의 일생을 바친 것이다.


일생을 바칠 만한 것을 가진 이는 어느 위치에서 어느 것을 하든 행복한 사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그를 만나다.  <‘작별인사’(김영하)를 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