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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Jul 19. 2022

밥 한 끼 같이 하시죠!

직장인의 점심시간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단순한 한 끼 식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너무 바빠서 식사를 거를 때나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혼자 밥을 먹을 때는 서러움이 밀려온다. '뭐 밥 한 끼가 대수냐' 여길 수도 있지만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업무를 봐야 하는 직장인의 경우 점심시간이 유일하게 외부로 나가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코로나로 저녁 약속을 잡기 부담스러운 때는 점심에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10년도 더 된 점심식사가 생각난다. 본점에서 근무할 때 오랜만에 입행(입사) 동기와 점심을 먹었다. 그 동기는 갑상선 암으로 청원휴직을 한 이후 다시 복직해서 본점으로 발령이 났다. 점심 식사를 함께하며 그 친구는 수술도 잘 되고 다시 돌아와서 근무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했다. 짧은 점심시간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식사를 했다. 몇 년 뒤 그 친구는 암이 재발해서 다시 휴직에 들어갔다. 아직도 복직하지 못하고 치료를 받고 있다. 그 친구는 나와의 점심식사를 기억할까? 빨리 회복해서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


함께 경기도 지역 공단에서 영업을 같이 하던 형이 있었다. 영업점은 달랐지만 나이가 비슷하고 서로 처음 영업을 하던 때여서 마음이 잘 통했다. 아침에 나와서 업체를 돌아다니다 서로 약속이 없을 때면 가끔 만나 점심을 같이 먹었다. 그 점심시간은 서로의 어려움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회사 대표님을 만나러 갔다가 문전박대당했던 일이며, 공장 앞 까지 가고 차마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던 일 등 어려운 사정들을 주저리주저리 털어놓았다. 그 점심시간에 이런저런 말을 하고 나면 다시 오후에 다른 업체를 방문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겼다. 그 형과는 다시 서울에서 만나 가까운 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초복날 함께 삼계탕을 먹었다. 예전 그때를 회상하고 또 현재 하고 있는 업무를 이야기하다 보니 점심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가 버렸다.


본점에서 6년 정도 근무를 할 때였다. 부장님이 약속이 있냐고 하시더니 갑자기 점심을 먹자고 하셨다. 즐겁게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그날 오후 경기도 영업점으로 발령이 났다. 부장님은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는데 차마 못하셨고, 그 이야기를 함께한 맛있는 점심식사로 대신하셨다.


인사 발표 며칠 뒤 영업점으로 가게 되었다. 부서 팀장님과 후배 직원이 동행했다. 영업점에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시려고 동행하셨다. 그리고, 영업점 지점장님과 팀장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거창한 말이 오가진 않았고 그냥 회사 이야기들이 즐겁게 오고 갔다. 팀장님은 점심식사로 암묵적인 부탁을 하셨다. 감사했다.


요즘 가장 많이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건 함께 지내는 부서 동료이다. 사실 같은 공간에서 일하긴 하지만 업무시간 중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못한다. 그렇다 보니 옆 동료와 함께한 점심시간 횟수만큼 서로의 거리는 가까워지는 것 같다. 점심 먹는 동안 아이들 이야기, 아내 이야기, 취미 관련된 이야기, 여행 이야기 등 정말 다양한 주제가 펼쳐진다.


오늘도 아침에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직장으로 향한다. 지하철 오는 소리가 들린다. 빨리 뛴다. 백팩을 앞으로 메고 닫히기 직전의 지하철 문 앞에 겨우 자리를 잡는다. 출근 후 사무실 자리에 앉아 땀을 식힌다. 오전 업무시간이 끝나갈 무렵 ‘점심 약속 없으신 분~" 외친다. 하루 중 가장 어려운 점심 메뉴 선정을 하면서 다시  함께 밥을 먹으러 간다. 오전 회의 때 못다 한 이야기와 주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오후의 업무를 위한 몸과 마음의 충전을 한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의 점심시간을 보낸다.


페이스북에 점심때 먹은 초복 삼계탕 사진을 올렸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건 인생의 한 컷을 공유하고 함께한 추억을 회상하고 서로의 다른 시간을 격려해 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에게 이야기한다.

밥 한 끼 같이 하시죠!


페이스 북을 본 친구들과 댓글을 단 친구들과 다시 또 점심 약속을 잡는다.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이렇게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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