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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Jul 22. 2022

직장인의 교집합 찾는 하루

오늘도 혈연, 지연, 학연은 계속되나요?

오랜만에 은행 내 아는 분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고기는 숯불에 익어가고 이야기 꽃은 활짝 피어 우리는 꽃 술을 한모금씩 마신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의 교집합 찾기는 시작되었다.

"형님, OO 지점에 근무하셨어요?"

같은 영업점에 근무했다는 사실을 안 두 친구는 그 지점의 어느 거래처의 업무량이 상상을 초월해서 하루에 전표 [은행 영업점에서 업무처리를 하면 증빙으로 발생된다. 고객에게 영수증으로 주기도 하고 직원용은 별도로 편철한다]를 200장 이상 찍었다는 이야기, 매일 12시가 넘어 퇴근했다는 이야기 등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교집합을 찾아나갔다.


은행 선배 중에 아는 모든 직원을 졸업한 고등학교로 Sorting 하시는 분이 있으시다. 그 능력은 정말 존경스럽다. 졸업한 대학교를 이야기하기에는 좀 거북할 수도 있으니 고등학교로 서로서로를 연결한다. 내가 나온 고등학교를 이야기하면 나도 알지 못하는 같은 고등학교 나온 선후배를 이야기해준다. 혹여나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원들이 우연히 함께 하는 날이면 그 선배 덕분으로 서로 같은 고등학교 동문임을 안다. 그렇게 그 선배는 오늘도 열심히 고둥학교 교집합의 정보를 머릿속으로 정렬하고 있으시다.


고등학교 동문을 넘어 대학 동문 찾기도 계속된다. 이상하게 그 대학 졸업생들만의 학풍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직원이 "OO 대학" 출신이라고 하면 '아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더라' 고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동문들끼리 큰 연결고리가 없더라고 사람들은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 부서의 부서장이 OO대학을 나와서 그 팀장도 OO 출신이지 않느냐의 그런 이야기다. 정확한 근거는 없을 것 같은데 그냥 사람들은 오늘도 학연의 교집합을 찾는다.


지연이 때로는 부각될 때도 있다. 같은 지역 출신이어서 그분들이 친하지 않느냐? 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때론 특정 인물과의 친분을 보여주기 위하여 지연을 내 세 우시는 분도 있으시다. ‘내가 그분과 같은 고향 출신이야!’


사실, 한국사회는 일부 혈연, 지연, 학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같은 지역, 같은 동문 출신이라고 하면 한 번 더 고개가 돌아가고 신경이 조금 더 쓰이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관심이 가는 그 정도가 끝이다. 보다 중요한 교집합은 다른 곳이 있다.


은행이라는 조직은 큰 조직이기는 하지만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인사이동’ 이 많다. 한 부서에 길면 5년, 한 영업점도 평균 3년 정도 근무한다. 은행을 20년 정도 다닌 내 경우에도 영업점 4곳, 본부부서 2곳에서 근무했다. 한 곳에서 평균 3년 조금 넘는 기간들을 근무 한 셈이다. 그러면서 함께 동고동락을 한 많은 동료들이 어느새 겹겹이 쌓여 갔다. 내가 찾은 직장에서의 가장 큰 교집합은 함께 한 경험이 있는 동료이다.


나는 함께한 시간을 이야기할 때 '추억의 공유'라는 단어 쓰기를 좋아한다. 사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즐거운 일도 있지만 힘들고 어려운 시간도 많다. 그런데, 왜 '추억'이라는 단어는 생각만으로도 그냥 좋은 걸까? 즐거웠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더 즐거워지고, 힘들었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힘듦이 휘발성으로 날아가버려 견딜만한 시간이었다는 기억만 남는 까닭인 것 같다. 그 즐거움과 힘든 기억 속에 항상 자리 잡고 있는 건 옆에서 함께 한 동료다.

즐거웠던 경험이 1층 바닥을 지탱하고 힘들었던 기억은 2층으로 올리고 서로서로의 마음으로 3층 다락방을 만들어 추억의 3층 집을 지었다.


회사생활이 조직의 성과를 창출해서 잘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구성원들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지만, 그 안에 경험을 공유하고 추억을 나눌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일만 하는 공간으로서의 직장은 너무 힘들 것 같다.


 오늘도 추억을 함께 교집합을 만들고 찾으러 지하철을 타고 회사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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