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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Aug 26. 2022

매미소리를 보내는 귀뚜라미 소리

치열했던 순간은 흘러가고

저녁 산책길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의심했다.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 소리였다.  치열하게 더웠던 여름 한가운데 생의 가장 화려한 순간들을 뽐내기라도 하듯 요란스럽게 울어대던  많던 매미들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매미 울음소리를 들을   여름은 영원할 걸로 생각했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없는 법인가 보다. 어느새 우리 곁에는 귀뚜라미 소리가 려오기 시작한다. 여름을 온전히 보내버리기엔  위세가 너무 대단했던지라 아직도  여름의 끝자락은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아침저녁의 서늘한 가을 초입의 기운으로 봐서는  여름도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같다. 이렇게 올해도  뜨겁게 치열했던 여름은 떠나가다 보다.


여름에는  더위가 힘들고 피하고 싶었지만 막상 떠나간다고 하니 뜨거운 태양 아래 바다에서 물장구라도 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계곡에  담그고 수박을 먹으며 피서   제대로 못한 아쉬움도 남는다. 여름밤 텐트  놓고 뜨거운 숯불에 가족들과 고기라도 구워 먹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오래갈  같아 이것저것 미루보니 아쉬움만 남는 여름이다. 당연히 떠날  알고 있었지만   여름 한가운데에서는  태양빛이 계속될 거라 믿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네 삶도 그러하다. 삶은 유한하다는  모두가 아는 자명한 진리이다. 그러나,  삶이 영원할 것처럼 하루를 살아간다.  하루가 지나더라도 오늘과 비슷한내일이 찾아오니 말이다.  날이 흘러가도 우리에겐 다른 날이 기다리는  알기에 우리의 하루는 영원할 것처럼 다가온다. 그러다 돌아보면 훌쩍 1년이 10년이 흘러가 버렸다.


난 스스로 미래를 살아간다고 자부해 왔다. 그런 내 모습이 난 좋아 보였다. 미래를 위해 학창 시절 공부했고 미래를 위해 지금의 직장에서 야근하면서 젊음을 보냈고 미래를 위해 지금 하고 싶은 것을 참아왔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영원할 것 같은 삶도 어느덧 살아가야 할 날이 살아온 날 보다 짧아지고 있었다. 무언가를 하려고 미루어 놓았던 미래는 인생 내도록 미래로 남아있다. 물론 과거의 준비로 인하여 현재의 내가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 모습도 과거에 준비해왔던 결정물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젠 현재를 더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다가온다.


봄 [나태주]


봄이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걸까?

아직은 겨울이지 싶을 때 봄이고

아직은 봄이지 싶을 때 여름인 봄

너무나 힘들게 더디게 왔다가

너무나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린 봄

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지나가버린 봄을 아쉬워하며 올봄 보았던 시다. 이번 가을도 올해 나의 봄처럼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봄과 여름처럼 그렇게 보내지는 않으리라. 2022년 처음이자 마지막인 가을은 미래를 살기 보다는 현재를 사는 나로 살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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