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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Sep 08. 2022

찰나의 갈림길

일희일비 말아요! 우리.

나의 아침 출근 루트는 집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는 경로이다. 버스를 타려고 앱을 보고 시간에 맞추어 집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나왔다. 버스 하차할 무렵 다시 지하철 앱으로 지하철 출발시간을 확인했다. 아슬아슬했다. 이른 아침이어서 이번 지하철을 못 타면 6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버스는 횡단보도 신호에 걸렸다.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 난 버스에서 내려서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그러나, 눈앞에서 지하철은 휙 지나가 버렸다.

오늘 다시 아침이 되었다. 일정한 시간에 출근하다 보니 무슨 데자뷔다. 이번에는 지하철역 한정거장 전에서 내려 뛰었다. 역시 어제처럼 내가 탔던 버스는 횡단보도 신호등에 걸렸다. 난 뛰어서 버스를 앞질러 지하철역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어제 놓쳤던 지하철을 탔다. 찰나의 갈림길로 어제는 그 지하철을 못 탔고 오늘은 탔다. 그러나, 재미있는 건 출근시간이 겨우 오분 정도 빨랐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인생에는 많은 ‘찰나의 갈림길’이 있다. 이렇게 사소한 것도 있고 어찌 보면 큰 사건도 있다. 그 ‘찰나의 갈림길’에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실패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너무나 큰 차이로 느껴졌지만 역시나 긴 인생살이에서 그 갈림길은 너무나 작은 것일 수도 있다.


찰나의 갈림길은 아니지만 작은 차이로 무언가가 결정되는 일도 있었다.

나의 대학입시에서 당시에는 고등학교 내신이 중요했다. 물론 지금도 중요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 비중이 더 컸던 것 같다. 당시 내신은 10개의 등급으로 나누어 결과가 반영이 되었다. 이 말은 각 등급 구간마다 처음인 학생과 마지막인 학생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즉 2등급 꼴등과 3등급 1등은 등수는 하나 차이지만 점수는 큰 차이가 나는 셈이다. 난 사실 내가 받은 등급 꼴등이었다. 찰나의 갈림길에서 운이 좋았던 셈이다. 내 뒤의 등급 1등 한 친구는 재수를 했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더 열심히 공부해서 소위 말하는 최고 명문 대학에 입학했으니 전체 인생에서는 결과론적으로는 잘 된 셈이었다.


은행을 다니면 이런저런 자격증 시험을 본다. 그런데 이런 시험은 공통적으로 점수 허들이 있다. 정말 열심히 해서 가뿐히 좋은 점수를 받으면 좋겠지만 인생은 언제나 아슬아슬하다. 어떤 때는 아슬아슬하게 통과할 때도 있었지만 일점 차이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일점 차이로 희비가 갈리는 게 인생인 것 같다. 그러나, 중요한 건 아쉽게 떨어졌더라도 더 많이 시험 준비를 해서 나중 시험에선 거뜬히 붙어 오히려 그 분야에서 더 많이 공부한 덕에 업무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 경우도 있다.


‘단지, 행운이 부족한 어떤 이에게는 밤이 좀 길고, 행운이 많은 어떤 이에게는 낮이 좀 길 뿐이다.” 올해 초 카카오 프샤에 올렸던 문구이다. 신수정 님의 ‘일의 격’에서 읽은 글이다. 설사 찰나의 갈림길에서 아슬아슬하게 원하는 길을 간다 하더라도 혹 그 갈림길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더라도 ‘일희일비’ 하지 말자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옛 어른들이 흔히들  ‘나이가 들어가면 젊었을 때 아무리 기고 날고 하면서 나와 차이가 나는 것처럼 느껴진 친구도 인생의 황혼길에서는 비슷한 위치에 와 있더라’ 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지금 가까스로 어느 허들을 통과하여 성공의 가도를 계속 달리더라도 자만하지 말았으면 한다. 또한, 지금 아슬아슬하게 실패를 맞이하더라도 실망하지 말았으면 한다. 인생은 길다. 열심히 살아온 또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인생의 종착역은 비슷할 것이다. 모두가 멋진 황혼의 종착역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발하는 시간이 오리라 믿는다. 나는 나의 성공을 믿는다. 우리가 우리의 성공을 믿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도 찰나의 갈림길에서 잠깐의 기쁨과 슬픔은 있겠지만 여하튼 달려간다. 내일도 지하철을 세이프로 잘 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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