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작한 것들을 돌아보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예전에 익숙해진 것들만 자꾸 하게 된다. 거창한 것을 하고 그 실패가 두려운 나이라는 이유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뭔가 새로운 것들을 하는 것에 귀찮음이 앞서는 까닭일 것이다.
우선 중요한 건 하고 싶은 무언가부터 찾는 것이라 생각했다. ‘버킷리스트’를 써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나도 아직 써보지는 못했다. 나의 시간이지만 왠지 나를 위해 쓴다는 것이 아직 사치라 생각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그 시간이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또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누리기엔 호사라 생각해서였을까? 아이들 학원비로 몇백만 원을 사용하는 건 당연하다 생각하고 아깝지 않은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몇십만 원 쓰는 걸 주저주저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항상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먼 미래를 위해 현재는 희생되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도 미루다 보니 이젠 날 위해 뭐 하나 사는 것에 또 뭔가를 하는 것에 너무 망설여진다.
뭐 이런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이유들도 내가 만들어낸 그리 거창하지도 않은 변명 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서두에 이야기했던 귀찮음이 다 일수도 있다. 이젠 그 거창해 보이려 노력하는 변명도 귀챦음도 버리고 ‘일단 시작하자’ 고 해야 할 때까지 왔다.
올해 시작한 가장 큰 무언가는 ‘글쓰기’ 다. 어렸을 때의 막연한 꿈, 커가면서 언젠가는 해봐야지 하는 글쓰기를 브런치라는 공간을 통해서 시작한 것이다. 저녁에 무언가를 썼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덮어 두었던 글을 출근길에 수정하고 고민하다 그냥 ‘발행’을 눌러버린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부끄러워 도망치듯 자리로 돌아와 고개를 쓱 숨겨버렸을 때처럼 잽싸게 브런치에서 도망쳐 나온다. 선생님의 멀리서 들려오는 “잘했어”라는 칭찬처럼, 친구들의 박수소리처럼 간간이 울리는 브런치의 라이킷 알람에 조금 안도하고 다음 글 쓸 준비를 한다. 언제 끝이 날지 어떤 모습으로 나의 글쓰기가 열매를 맺을지 모르지만 올해 일단 시작했다.
올해 시작한 다른 하나는 ‘골프’이다. 이 나이 들도록 그 ‘골프’라는 걸 도망만 다녔다.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운동신경이 꽝이라는 이유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시작하기를 주저했다. 사실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도 했었다. 억지로 끌려간 골프장만 벌써 대여섯 번 되니 이젠 골프장에서 골프채로 공 굴리기만 하는 것도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시작하기로 했다. 마침 집 근처에 실내 골프연습장도 생겼다. 다소 거금(?)을 들여 연습장을 끊고 레슨도 시작했다. 어느 날은 잘 되는 것 같다가 어느 날은 연습한 것이 제로로 돌아가 버린 듯 새로 시작이다. 레슨코치도 도루묵 실력에 총체적 난국이라고 하며 고칠게 너무 많아서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래도 제일 힘든 건 회원님이실 거다라며 레슨을 이어간다.(이럴 땐 ㅜㅜ 표시를 막 하고 싶어 진다.) 어쨌든 올해 시작했다.
마지막 시작은 ‘턱걸이’이다. 지난 달초부터 헬스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건 철봉이 결합된 헬스 도구였다. 중고등학교 체력장 이후 포기한 턱걸이를 하고 싶어졌다. 그 시절에도 연습하지 않았던 그 턱걸이가 왜 갑자기 하고 싶었을까? 동내 공원 철봉 위에서 아이를 옆에 두고 턱걸이 하나를 못하고 대롱대롱 매달렸던 아빠가 창피해서였을까? 턱걸이에 진심인 직장 선배가 턱걸이는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말에 혹해서였을까?
그러나, 의욕만 앞선 턱걸이의 시작은 험난했다. 일주일은 그냥 매달려만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으싸하고 팔에 힘을 주니 성공했다. 턱걸이 하나였다. 하하하. 그 이후 완전한 턱걸이는 아니지만 10개를 성공한 상황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약간 자랑한다.
‘일단 시작합니다’는 올해 남은 몇 달간 계속해야겠다. 그리고, 또 다른 시작할 거리를 고민해본다. 소소한 무언가도 좋다. 내년 이맘때쯤은 몇 가지 더 시작한 것을 브런치에 올리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