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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Nov 14. 2022

오늘의 아빠표 아침 식단

나의 어릴 적 기억 속의 엄마표 별미 식단

주말 아침은 내가 아이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할 때가 종종 있다. 근처에서 김밥을 사서 먹기도 하고, 맥도널드 맥모닝 세트를 주문할 때도 있다. 간단히 시리얼을 먹거나 수프와 토스트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중 그래도 약간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 아침식사는 ‘팬케이크’이다. 사실 팬케이크 가루만 준비되어 있으면 요리실력이 중요하지는 않다.


계란과 우유로 먼저 반죽 물을 만든다. 이 반죽을 위해서 조그마한 스텐 손 거품기를 이케아에서 구매했었다. 팬케이크 가루에 반죽 물을 넣고 거품기로 잘 저어준다. 적당히 프라이팬을 달군 후에 반죽 가루를 덜어서 올려놓는다. 한 면에 구멍이 송송 나기 시작하면 뒤집는다. 지금부터는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만들기 쉬운 메뉴이기는 하지만 태우지 않으면서 적당한 크기의 팬케이크를 만드는 데에도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한지라 시행착오는 있었다.

팬케이크 가루에 초코 가루가 섞어있는 걸 큰 아이는 좋아하고 둘째 아이는 아무것도 섞여있지 않은 팬케이크를 좋아한다. 둘 다 할 수는 없어서 번갈아 가며 팬케이크를 굽는다. 이번엔 초코 팬케이크이다.


어릴 적 엄마가 나와 여동생들을 위해 해 주시던 간단한 별미 요리들이 생각이 났다. 그중 하나는 수제비였다. 멸치로 육수를 내고 감자도 넣으셨다. 밀가루로 반죽 후 수제비를 뜰 때 우리 삼 남매는 각자 좋아하는 모양을 넣었다. 동그랗게 공을 만들어 넣거나 별 모양을 만들어 넣을 때도 있었다. 물론 그런 모양들은 속이 덜 익었을 때도 더러 있었다. 그래도 우리들은 깔깔 거리며 우리가 만든 모양의 수제비가 나오면 좋아라 하며 엄마가 해주신 수제비를 맛있게 먹었다.


그다음으로 생각나는 음식은 우리들이 ‘꿀꿀이 죽’이라고 별명 지은 김칫국 밥이었다. 콩나물과 김치를 넣고 식은 밥과 함께 팔팔 끓여 먹는 음식이었다. 아이들 입맛에 맞지는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내가 좋아해서 엄마가 가끔 해 주셨다. 비주얼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추운 겨울에는 엄마의 그 음식이 생각난다. 엄마는 이젠 김칫국 밥을 하지는 않으신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젠 다른 맛있는 음식들이 더 많아서 인 것 같다. 내가 그 음식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모르실 수도 있다. 조만간 한 번 부탁드려 봐야겠다.


사실 요즘에는 간편 요리 식도 많고 배달음식도 많다. 핸드폰의 앱으로 원하는 음식을 클릭만 하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나 내가 원하는 모든 음식이 집 앞으로 배달된다. 그냥 어떤 걸 먹을지 고민만 하면 된다. 음식 하는 데 수고를 들이지 않더라도 모든 게 해결이 된다.

사실 아이들이 배달음식이 좋아하는 지 아빠의 어설픈 팬케이크가 좋은 지는 알 수 없다. 물론 말로는 아빠표 아침이 좋다고 이야기는 한다. 선의의 거짓말 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직 아빠의 사소한 노력에 고마워하는 아이들이 나도 고맙다. 내가 들인 노력에 비하여 돌아오는 아이들의 반응은 더 격렬해서 미안할 때도 있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노력은 들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만들어 봐야겠다.


마침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니 호떡에 도전해 봐야겠다. 이건 조금 더 노하우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모양이 이쁘지 않은 나의 호떡에도 아이들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호떡을 만든 후에는 어떤 식단이 더 있을지 나 스스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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