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 치과에 다녀왔어요.
둘째 아이의 이빨에 충치가 심해서 신경치료와 크라운을 쒸어야 했다. 요즘엔 아이들도 시간 내기가 어려워서 내 퇴근 이후 야간 진료에 같이 갔다. 어린이 치과를 이제 막 벗어난지라 어른용 치료 의자에 누운 아이는 왠지 한없이 작아 보였다.
마취를 하고 같이 기다렸다. 가여운 마음에 기다리는 10분 동안 유튜브 보는 걸 허락해주었다. 아직 스마트폰까지 허락하지 않은 지라 내 핸드폰을 주면서 아이 마음을 조금이라마 달래주려 했다.
아이는 커다란 치료용 의자에 누웠다. 예전에 치료받았을 때도 울지 않았다고 오늘도 잘 받을 수 있다고 아빠를 안심시켰던 아이는 그 말처럼 치료를 잘 받고 있었다.
“아빠! 치과에서 아프면 손을 들라고 하는데 손을 들면 간호사 언니가 조용히 손을 내리며 ”괜찮아요 “라고 해. 그럴 거면 왜 손을 들라고 하지?”
라고 묻던 아이의 말이 생각나서 오늘은 어떻게 하나 지켜보았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은 그냥 아이가 찡그리거나 하면 치료를 멈추고 아프냐고 물으셨다. 어쨌든 아이의 그 이야기에 혼자 빙그레 웃어 본다.
치료는 시작이 되었다. 난 옆에서 아이의 손을 잡아주며 치료과정을 보고 있었다. 이따금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눈만 껌뻑거리는 모습에 왠지 내 마음이 더 안쓰러웠다. 치료 내내 난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이를 지켜보았다. 내가 직접 치료를 받을 때는 소리만 듣고 그냥 지나쳤는데 직접 치료 과정을 지켜보니 나의 미간은 더 찌그러졌다. 난 아이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아이가 나의 손을 잡아야 하는데 반대가 되어서 그때부터 좀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 건 사실이었다.
치료는 무사히 끝이 났다. 아이는 마취가 덜 풀려서 말하는 게 힘들어 보였다. 사실 마취로 인한 힘듬보다 뭘 먹고 싶은데 간식을 먹지 못해서 배가 고파다며 나에게 마취가 언제 풀리는지 계속 물어보았다.
난 치과 치료받을 때 아프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아빠, 난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 그런데, 아빠의 얼굴을 보니 아빠가 더 아파 보였어"
난 약간 당황하며 걱정이 되어서 그랬다고 얼버무렸다.
아이는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견하고 씩씩했다. 그리고,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커가고 있다. 지금의 시간에 아이와 많은 것을 해야겠다. 세월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흘러간다.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는 훌쩍 커버렸다. 스스로 많은 걸 해내고 힘든 것도 잘 견뎌내고 있는 아이가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