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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Nov 28. 2022

새벽을 깨우고 황혼을 재우는 빛

평범한 하루를 보내며 감사함을 느낀다.

 아침 일찍 출근길을 나선다. 겨울로 접어드는 지금은 집을 나서는 길이 어둑어둑하기만 하다.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아직 잠이 덜 깬 새벽의 공기를 느껴본다. 이젠 제법 차가워진 아침 공기로 덮인 이 새벽은 누가 깨울 것인가?

 지금 이 새벽을 깨우는 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려고 집을 나서는 우리 모두의 열정이다. 각자의 일터로 또 배움의 장소로 나서는 우리 모두의 열정에 이 새벽도 졸린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켠다. 긴 밤의 어둠을 이 새벽은 한 번의 그 큰 기지개로 떨쳐버리고 아침의 빛을 맞이한다.


 저 멀리 아침의 빛을 불러오는 건 무엇일까? 그건 하루하루를 힘차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꿈이다. 어려운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이나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은 그들의 꿈을 위하여 하루를 열 아침을 불러낸다. 새내기 직장인은 아직은 어색하기만 한 직장에서 미래를 위하여 한 걸음 두 걸음씩 하루하루를 준비하며 오늘 하루아침의 빛을 바라본다. 집에 아이들을 남겨둔 아빠, 엄마는 일터로 향하며 아이들의 더 큰 꿈과 당신의 소박한 꿈을 위하여 오늘도 아침의 빛을 헤쳐나간다.


 이렇게 각자의 꿈을 꾸며 빛으로 아침을 깨우는 당신을 응원한다. 물론 그 당신에 나를 살포시 넣어둔다. 나도 매일매일 열정으로 나의 꿈을 위해  이렇게 쌓여간 하루하루가 한 달이 되고 그 한 달이 일 년이 되고 그 일 년이 십 년이 되었다. 난 이런 하루하루를 20년 이상 보내고 있다.

나의 아버지는 이런 하루하루를 50년 보내셨다. 내가 나의 아이들의 꿈을 위해 달려온 것처럼 나의 아버지도 나의 꿈을 위해 그렇게 달리셨으리라. 내가 나이가 들고 아이들이 커가면서야 비로소 아버지의 수고를 알게 되었다.


이렇게 쌓여가는 하루하루지만 난 매일매일을 저무는 빛으로 황혼을 재우기 위해 집으로 향한다. 때론 저녁시간을 훌쩍 넘겨 쌓여있던 잔업을 겨우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날도 있었지만 다행히 매일 빛으로 황혼을 얌전히 잘도 재웠다. 집으로 돌아와 새근새근 잠든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남아있던 하루의 그 근심은 그 평온한 아이의 잠자는 모습에 사르르 사라진다. 나의 어머니도 나의 자는 모습에 하루의 근심을 잊으셨겠지. 아이가 커가면서 알게 되었다. 어머니의 하루하루의 수고로 난 이렇게 평온한 밤을 보낼 수 있었음을 말이다.


매일매일이 깊어가는 밤에서 새벽을 깨우고 또 길었던 한낮의 수고를 저물어가는 빛으로 황혼을 재우는 날들의 반복이지만 그 평범한 하루하루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음을 감사한다.


알고 있다. 그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내일도 평범한 하루 속에 우리 모두가 행복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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