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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Nov 18. 2022

느림의 미학

병원에서는 모든 것이 느려요

(Crevice up 이혜경)

수술 후 운동을 하느라 병원을 이리저리 돌아다녀 본다. 그동안 빨리빨리에 너무 익숙해져 어쩔 수 없이 이렇게 걸을 수밖에 없는 게 좀 답답하다. 에스컬레이터를 기다리지 못하고 걸어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산책길도 일단 빨리 걸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 나에게 이런 느림은 어색했다.


그렇게 천천히 걷다가 병원 어느 통로에 걸려있는 그림을 보았다. “Crevice up” 자세히 보니 두 개의

그림에 한옥에서나 볼 수 있는 문고리가 그려져 있다. 그 문 사이로 틈이 보인다.


회사 사무실이나 병원 출입구 등에서도 천천히 여는 미닫이 문이나 손잡이가 달린 문보다 다가가기만 하면 바로 열리는 자동문이 편하고 익숙하다. ‘빠름’으로 살아온 시간에 오늘은 어쩔 수 없는 ‘느림‘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그림 속의 손잡이를 천천히 아주 느리게 열어본다. 갑자기 열리는 자동문이라면 기다림도 없으련만 오늘은 천천히 문을 열면서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기대해 본다. 평상시에는 느낄 수 없는 아파서야 비로소 느끼는 느림의 미학이다.


병원 아름공원 쉼터

병원 안의 조그마한 쉼터이다. 사실 빠르게 걸어간다면 금방 지나쳐가는 조그마한 장소이다. 느리게 걷다가 힘들면 조금 쉬어 가다 보면 이 작은 쉼터도 지금 아픈 나에겐 안성맞춤의 고마운 장소이다.


아픈 것도 너무 바쁘게 살았으니 쉬어가라는 뜻이라 누군가 이야기했다. 이렇게 쉼을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만 아프게 해 주셔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짧은 입원기간이었지만 걱정해 주신 주위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조금은 느리게도 지내보아야겠다. 지나온 길도 보고 옆의 사람도 친구도 가족과도 함께하고, 미래도 천천히 고민해 본다. 물론 나를 응원해주는 이들을 위해 더 건강히 열심히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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