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키타카존 Nov 18. 2022

이동침대에서 바라본 세상

수술실에 들어가며

밤 12시부터 물을 포함한 금식에 들어갔다. 괜히 목이 마르다. 오후에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하루 이상은 금식을 해야 될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수술의 기다림은 갑자기 오전 11시경 수술을 한다고 하는 연락을 받고 급해졌다.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머리에 파란색 캡을 쓰고 마스크를 썼다. 오른팔에는 수술을 위한 수액 등이 들어가는 긴 바늘이 꽂혀있다. 혈관이 짧다는 난 잘 모르는 이유로 간호사 분은 두 군대의 주삿바늘 꽂기를 실패하신 후 다른 분이 오셔서 세 군대 바늘을 꽂은 후에야 겨우 성공해서 잡은 주삿바늘이었다.


커다란 수액을 달고 수술복을 입고 이동식 침대에 몸을 뉘었다. 침대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난 그동안 보지 못한 병원 천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움직이는 천장은 하얀 텍스타일로 덮여 있었고 밝은 불빛에 눈이 부셨다. 다른 층으로 이동을 위해 탄 엘리베이터 천장은 하늘 모양의 무늬가 있었다. 병원에서의 하늘은 왠지 천국을 의미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다른 건물로 이동하기 위해 바라본 창밖의 하늘은 평상시에 바라보던 하늘보다 더 고요하고 맑아서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지나쳐가는 천장을 보았다. 영화를 볼 때 많이 보았던 천천히 움직이는 그 천장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촬영한 감독은 분명 수술실에 들어가는 침대에 누워 본 분이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낀 이동식 침대에서 바라본 수술실 앞 그 천장의 움직임은 영화 속 그 장면과 너무나 같아 있었다.


대기실에서 어느 정도를 기다렸을까? 수술실로 침대는 움직여졌고 난 정말 수술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방엔 현재 시간을 알려주는 시간과 수술 시작시각과 끝나는 시각이 표시된 커다란 시계가 눈에 보였다. 입에는 산소마스크가 쒸어 지고 마치과 의사가 마취제의 양을 말씀하시는 걸 듣고 잠이 들었다. 잠이 깬 건 입원실로 이동해서 내 침대로 이동할 때였다. 수술 한 배가 아팠다. 움직이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계속 지내야 하는 건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2시간 동안 잠을 자지 말리고 하셨는데 잘 모르겠다. 안 잔다고 버텼는데 잠시 졸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영화 장면을 연상하며 들어갔던 수술실에서 수술은 잘 마쳤다. 꼬박 24시간 하고도 하룻밤을 지나 아침을 먹었다. 평상시에는 별로 였을 하얀 죽이 진수성찬으로 보였다. 혹시 몸에서 거부 반응을 보이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조금씩 죽을 먹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평상 시라면 살이 찐다며 피했을 그 탄수화물인 죽 한 그릇과 모든 반찬을 깨끗하게 비웠다.


인간의 몸은 참 신기하다. 분명 어제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아파서 전혀 움직이기 어려웠던 몸이 약간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물론 배에는 복대가 채워져 있고 머리는 아직 아프고 수술한 배에 힘이 가는 기침도아직 힘들 지만 말이다. 어제보다 살만해졌다. 내일은 오늘보다 낫겠지 하는 기대를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술은 처음이라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