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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키타카존 Nov 16. 2022

수술은 처음이라 …

긴장되는 입원 첫날

태어나 처음 병원 입원이다. 가족의 입원으로 보호자로 병원에서 보낸 시간은 있었는데 내가 그 당사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해보았다. 물론 담낭에서 10미리 이상 자라 버린 용종으로 예방적 차원으로 담낭 제거를 받는 수술이기는 하지만 전신마취를 하는 거라 수술 시간이 다가올수록 조금씩 긴장이 된다.


건강검진 때 항상 복부초음파를 꼭 했었는데 사실 올해는 초음파 검사를 다 하고 나서야 용종이 커졌는지 겨우 물어보았다. 검사하시는 의사분도 그 제서여 10미리가 넘었으니 의사와 상담을 하라고 하셨다. 십여 년 동안 거의 자라지 않아서 그냥 올해도 변화가 없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때문이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 담낭용종 크기로 인한 이상소견을 첫 페이지에 크게 적어 놓았음에도 병원에서 추가 진료를 보겠느냐고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계속 마음 한 구석에 걱정만 쌓아놓았다. 그 전화가 안 걸려 왔다면 아마 아직도 마음속에 자라는 걱정을 억누르고 있었을 것이다. ‘병을 키운다 ‘ 는 말이 이래서 생겨 났나 보다. 당장 아프지 않으니 넘어가고 나중에서야 몸이 아파 오면 그때는 병이 커버리는 것이다. 그런 걸 보면 병원도 마케팅(?)의 일환인 건지, 환자를 위하는 책임에서인지 전화를 해 주었고 난 그 전화에 반응을 보여 의사에게 진찰을 받은 것이다. 8월 건강검진 이후 거의 한 달이 지나서야 검진을 했다. 아마도 내가 먼저 병원으로 전화하기를 기다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9월 의사 선생님의 검진 때 난 사실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이야기하실 줄 알았다. 그러나 대답은 단호하셨다. 더 기다라면 용종 크기만 더 커질 수 있고 위험만 증가하는 것이라는 말씀이셨다. 난 혹시 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 하는 생각에 두 달 뒤로 수술 날짜를 잡았고 그날이 내일이다.


오늘 입원 준비를 하는 마음은 마치 먼 길을 떠나는 사람 같았다. 겨우 3박 4일을 집을 비울뿐인데 내 주변이 저절로 정리가 되었다. 내 옷가지와 노트북, 필기구 등을 정리했다. 괜히 집안 먼지 제거를 위해 청소기도 돌렸다. 머리가 길어 보여 미용실에 가서 커트도 했다. 아이들 학교가 일찍 끝난다 해서 조금 기다린 후 얼굴을 보았다.


입원 후 큰 아이가 며칠 전에 병원에 가면 하루하루씩 보라고 만들어 준 걸 꺼내보았다. 아빠가 떨려하는 줄 알고 나름 용기를 주기 위하여 만든 것이다. 어느새 훌쩍 자라 아빠를 위로해주는 아이가 대견하다.


오늘 12시부터 물도 마시자 말라한다. 내일 수술이 오후에 잡혔다고 하니 벌써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른 것 같다. 주객전도 형상이다. 수술을 위한 금식인데 금식도 큰 걱정이다.


수술받는다고 하니 힘내라고 친구 몇몇과 친한 형이 밥을 사 주었다. 보양식으로 먹은 그 음식보다 주위의 따듯한 마음이 더 고맙다.


병원에 오면 언제나 더 아프신 분들이 많다. 모두들 건강하게 회복하셔서 가족들과 친구들과 다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기원한다. 물론 나도 수술 잘 받고 다시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야겠다. 벌써 내 퇴원 후를 기다리는 회사의 여러 일거리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겠다. 다음번 글이 너무 아팠다는 또는 너무 아프다는 내용은 아니기를 바란다. 파이팅 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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