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나요?

사랑도 대상에 따라 유통기한이 달라지는 걸까요?

 아침에 삶은 달걀을 먹기 위해 소금통 뚜껑을 열었다. 몇 년 전 선물로 받은 소금인데 뚜껑에 유통기한이 적혀 있다. 2023년…. 전체 유통기한이 5년은 되는 것 같다.

 라면의 유통기한은 6개월, 우유는 10일, 육류는 4일.. 신선식품일수록 유통기한은 짧아진다.

 사랑에도 유통기한 있는 걸까? 남녀 간의 사랑은 신선식품에 가깝다. 서로 간 불꽃이 튀고 사랑이 시작되는 경우 급격히 물이 끓어오른 것과 같다. 눈에 콩깍지가 쒸어진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물이 식기 시작하고 콩깍지가 한 꺼풀 벗겨진다. 갑자기 그 사람이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 사랑을 계속 유지하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사랑의 유효기간 늘리는 방법은 ‘점차적’으로 ‘서로’의 일상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서히, 그리고 함께 편안한 애착관계로 나아가는 것인 것 같다.

 자녀에 대한 사랑의 유효기간은 부모의 삶이 끝날 때까지이다. 어머니에게 아들, 딸은 평생 어린 자식이다. 당신은 나이가 들어가지만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뭐라도 하나 더 먹이고 싶어 하신다. 당신의 삶이 마칠 때까지 그 사랑은 계속된다. 사실 사랑의 유효기간이 없는 셈이다.

 부모님에 대한 자식의 사랑의 유효기간도 자식의 삶이 다 할 때까지이다. 슬프게도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그 사랑의 유효기간은 계속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아마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 그 사랑을 충분히 전달해 드리지 못한 후회로 유효기간이 자녀의 삶 내내 저절로 연장되기 때문인 것 같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부모님 건강하실 때 많은 사랑을 드려야겠다.

 [참고] 뇌과학으로 본 사랑의 유효기간

(바이오 뇌 공학자 카이스트 교수 정재승)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이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뇌과학적으로 보면 사랑에 빠지는 것도 일정한 단계를 거친다. 사랑의 1단계는 아드레날린(흥분과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뇌 호르몬), 2단계는 도파민(욕망, 쾌락에 영향을 미치는 뇌 호르몬) 상태로 접어들며 설렘으로 시작하여 열정과 중독에 빠지는 모습이 연애 초기의 뜨거운 연인의 감정과 일치한다. 하지만 그 시기는 일정한 유효기간이 있다. 평생 도파민 사랑만 하기에는 인생은 길고 언젠가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3단계는 옥시토신(신뢰,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뇌 호르몬)의 단계다. 늘 옆에 없으면 허전하고 불안한 서로의 일상 같은 사랑으로 편안한 애착관계에 해당하며 '사랑의 안정기'로도 불린다. 각자 상황에 따라 뇌 호르몬의 유효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