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키타카존 Jan 13. 2023

사람 살리는 은행원이 있을까요?

의사가 꿈이었던 은행원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연속으로 재방송하는 채널을 우연히 보고 있었다.

개인병원에서 아기를 낳는 과정에서 출혈을 심하게 해서 응급실로 급하게 온 산모이야기였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산모의 자궁을 적출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다'라는 의사의 말에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 오직 부인이 살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남편은 울먹였다.

그 장면을 보고 '사람을 살리는 의사'의 숭고함이 느껴졌다.


난 어릴 적 꿈이 '의사'였다. 순수한 초등학교 시절의 꿈이기에 의사가 전문직이어서, 또 사회적으로 유망한 직업이어서 선택한 꿈은 아니었다. 그냥 '슈바이처' 전기를 읽고 막연하게나마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서울의 큰 병원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외진 곳에서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 품은 그 꿈에 '만약 내가 의사가 되었다면?'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 어렸을 때의 막연한 꿈 때문이었을까? 나는 고등학교 때 이과에 진학을 했다. 그러나, 의대를 갈 정도의 실력은 되지 않았고, 공대생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은행원이 되었다.


은행원이 된 나는 어릴 적 꿈과 멀어진 걸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람 살리는 은행원이 있을까?'


초등학교 때 품은 나의 꿈을 되짚어 보면 의사라는 직업보다는 누군가를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생명은 내가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이다. 그러나, 그 선물을 버리고 싶어지는 순간에 직면하는 사람들의 기사와 때론 자살로 생을 마감해 버리는 안타까운 사건들을 접할 때가 있다.

 그렇게 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돈' 문제이다. 어떤 사람은 전 재산을 사기당해서 , 또 생활고에 시달려서, 또 투자를 잘못해서 , 때론 사업에 실패해서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조금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은행원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살리는 은행원도 있다'라는 대답을 해본다.


물론 이상적인 이야기이기는 하다. 은행도 돈을 빌려줄 때 많은 상황들을 따져보고 진행한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힘들어 보여서 빌려주기보다는 빌려줘도 괜찮을 사람들에게 빌려준다. 그러나,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은행이 일정 부분은 정말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다.


내가 하는 일이 직업적으로 하늘이 내려주는 '소명'은 아니더라도, 이런 마음으로 일을 하고 싶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일을 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단순한 이익과 손실의 측면보다는 조금 더 많은 부분을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그런 생각이 있기만 한다면 중요한 순간에 조금은 더 선하고 또 일정 부분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그런 결정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은행에서 기업업무를 많이 했었다. 회사 대표님들을 만나서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빌려드리고, 또 공장이나 회사를 사는 자금 등 필요한 부분을 고민했었다. 오랫동안 임차로 공장을 운영하다 은행에서 시설자금대출을 받아 본인 소유의 공장을 가지게 된 사장님의 기뻐하는 모습도 뵈었었고, 공장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기계를 구입하기 위한 대출을 해드린후 공장에서 사장님이 타 주시던 인스턴트커피의 맛은 아직도 기억한다.

코스닥기업의 초기 공장 신축을 위한 시설자금을 위하여 동분서주하며 뛰어다니며 진행했던 대출로 그 기업은 공장을 신축하고 지금은 유망한 기업이 된 경우도 있다.


비록 어릴 적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난 지금 은행원으로서 그 꿈을 이어가고 있다. 나중 어느 날 은행 내에서 다른 포지셔닝을 일을 할 때도 또 그 이후 퇴직하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더라도 그 어릴 적 꿈은 내 가슴속에 계속되기를 소망한다.


누군가를 살리는 사람으로 살고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은행원의 명예로운 퇴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