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꿈이었던 은행원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연속으로 재방송하는 채널을 우연히 보고 있었다.
개인병원에서 아기를 낳는 과정에서 출혈을 심하게 해서 응급실로 급하게 온 산모이야기였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산모의 자궁을 적출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다'라는 의사의 말에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 오직 부인이 살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남편은 울먹였다.
그 장면을 보고 '사람을 살리는 의사'의 숭고함이 느껴졌다.
난 어릴 적 꿈이 '의사'였다. 순수한 초등학교 시절의 꿈이기에 의사가 전문직이어서, 또 사회적으로 유망한 직업이어서 선택한 꿈은 아니었다. 그냥 '슈바이처' 전기를 읽고 막연하게나마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서울의 큰 병원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외진 곳에서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 품은 그 꿈에 '만약 내가 의사가 되었다면?'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 어렸을 때의 막연한 꿈 때문이었을까? 나는 고등학교 때 이과에 진학을 했다. 그러나, 의대를 갈 정도의 실력은 되지 않았고, 공대생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은행원이 되었다.
은행원이 된 나는 어릴 적 꿈과 멀어진 걸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람 살리는 은행원이 있을까?'
초등학교 때 품은 나의 꿈을 되짚어 보면 의사라는 직업보다는 누군가를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생명은 내가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이다. 그러나, 그 선물을 버리고 싶어지는 순간에 직면하는 사람들의 기사와 때론 자살로 생을 마감해 버리는 안타까운 사건들을 접할 때가 있다.
그렇게 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돈' 문제이다. 어떤 사람은 전 재산을 사기당해서 , 또 생활고에 시달려서, 또 투자를 잘못해서 , 때론 사업에 실패해서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조금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은행원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살리는 은행원도 있다'라는 대답을 해본다.
물론 이상적인 이야기이기는 하다. 은행도 돈을 빌려줄 때 많은 상황들을 따져보고 진행한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힘들어 보여서 빌려주기보다는 빌려줘도 괜찮을 사람들에게 빌려준다. 그러나,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은행이 일정 부분은 정말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다.
내가 하는 일이 직업적으로 하늘이 내려주는 '소명'은 아니더라도, 이런 마음으로 일을 하고 싶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일을 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단순한 이익과 손실의 측면보다는 조금 더 많은 부분을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그런 생각이 있기만 한다면 중요한 순간에 조금은 더 선하고 또 일정 부분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그런 결정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은행에서 기업업무를 많이 했었다. 회사 대표님들을 만나서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빌려드리고, 또 공장이나 회사를 사는 자금 등 필요한 부분을 고민했었다. 오랫동안 임차로 공장을 운영하다 은행에서 시설자금대출을 받아 본인 소유의 공장을 가지게 된 사장님의 기뻐하는 모습도 뵈었었고, 공장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기계를 구입하기 위한 대출을 해드린후 공장에서 사장님이 타 주시던 인스턴트커피의 맛은 아직도 기억한다.
코스닥기업의 초기 공장 신축을 위한 시설자금을 위하여 동분서주하며 뛰어다니며 진행했던 대출로 그 기업은 공장을 신축하고 지금은 유망한 기업이 된 경우도 있다.
비록 어릴 적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난 지금 은행원으로서 그 꿈을 이어가고 있다. 나중 어느 날 은행 내에서 다른 포지셔닝을 일을 할 때도 또 그 이후 퇴직하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더라도 그 어릴 적 꿈은 내 가슴속에 계속되기를 소망한다.
누군가를 살리는 사람으로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