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과 미얀마, 저항의 상징 ‘세 손가락 경례’

#저항 #미얀마 #쿠데타 #불복종 #상징

by 티끌

2월1일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쿠데타는 한국에서도 아픈 역사기는 하지만, 놀라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두 차례 겪었던 데다가 교과서에서 충분히 배우고 있고, 생각보다 그 역사가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헝거게임》 리뷰를 쿠데타로 시작한 이유는 명백하다. 작년 10월 태국에서 발생한 반정부파의 대규모 시위와 최근 미얀마의 쿠데타 불복종시위의 ‘상징’을 《헝거게임》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BF.9323352.1.jpg 《헝거게임》스틸

‘미디어’와 상징: SHOW와 PROPAGANDA의 사이

《헝거게임》은 작게 보면 ‘하이틴 배틀로얄’ 속에서 싹트는 사랑과 우정, 성장 서사이면서 크게 보면 독재정권과 민주주의의 대립, 한 번 더 보면 ‘거기서 거기’임을 그려낸다.


영화는 ‘캐피톨’과 ‘13섹터’라는 두 개의 장소를 줄기로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캐피톨은 대통령궁이 있는 수도로 질서와 청결이 갖춰져 있고, 모두가 화려한 치장을 하며 풍요로운 자원을 향유하는 곳이다. 반면 캐피톨 외 섹터는 일종의 거주구역으로 숫자가 커질수록 주민들은 불결하고 가난하며, 힘들게 생계를 유지한다. 《설국열차》를 봤다면, 머리칸과 꼬리칸 같은 차이다. 13섹터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캐피톨이 과거 반란에 대한 본보기로 13섹터를 전부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잊혀진 13섹터는 저항군의 요새로, 저항의 불씨가 남아 있는 곳이다.


영화의 재밌는 지점은 극과 극인 캐피톨과 13섹터가 모두 주인공 캣니스(제니퍼 로렌스)의 ‘상징성’을 차지하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그녀는 12섹터 출신으로 캐피톨이 세운 룰을 모조리 깨며 헝거게임의 우승자가 되는데, 이는 캐피톨 주민들에겐 극적인 유희이자 섹터에서는 희망의 상징이 된다.


헝거게임이란 쇼를 통해 만들어진 ‘불타는 소녀(Girl on Fire)’라는 캣니스의 상징은 캐피톨에서는 “사랑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열정적인 소녀”라는 이미지로 소모된다. 반면 13섹터에서는 “캐피톨에 저항한 화염의 소녀”라는 이미지로 변용된다. 둘 다 캣니스의 ‘진짜’ 모습이 아니지만, 대중은 진짜에는 관심이 없다. 보여지는 모습대로 바라보는 편이 훨씬 즐겁고,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미디어(특히 TV·라디오)는 속성상 상징체계를 잘 이용할 때 다수를 쉽게 선동하기(어쩌면 속이기) 쉽다. 상징은 잘 쓰인다면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도 사람들에게 쉽게 각인되고, 사람들을 쉽게 설득한다. 마치 독재국가에서 프로파간다를 이용해 대중을 선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에 《캐칭 온 파이어》, 《판엠의 불꽃》, 《모킹제이》, 《더 파이널》로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캣니스는 캐피톨과 13섹터에게 끊임없이 각자에 유리한 상징성을 요구 당한다. (그 사이에서 캣니스의 선택이 무엇일지는 직접 보시면 더욱 재밌을 거에요. :))


미얀마 쿠데타.jpg 2월22일에는 미얀마 전국에서 대규모 쿠데타 불복종시위가 일어났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헝거게임》 속 ‘세 손가락 경례’가 ‘현실’을 만나면

이렇듯 헝거게임은 상징을 잘 활용해 영화를 이끌어 간다. ‘세 손가락 경례’는 《헝거게임》에서 저항의 시위로 나타난다. 섹터 주민들은 캣니스의 행보에 세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공감을 표현한다. 함께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음을, 나도 너를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얀마 쿠데타 저항의 상징도 세 손가락 경례다. 작년 말 태국에서 발생한 반정부시위에서 차용됐고, 이를 미얀마에서도 활용했다. 미얀마 국민들은 시위에 나와 세 손가락 경례를 들어 보이고, SNS를 통해 전 세계에 그들의 의지를 알리고 있다.


앞서 말했듯 상징이 미디어를 만나면 그 파급력은 커진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주로 첫 번째로 장악하는 곳이 대부분 방송국인 이유다. 국민들이 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이번에 미얀마 쿠데타에서도 군부는 국영 방송국을 점령하고, 영상과 라디오 송출을 끊었다.


과거였다면 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위르겐 힌츠페터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직접 찍어 알리지 않았으면, 오래도록 공개되지 않았을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전 세계가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고, SNS로 소통한다. 미얀마 시민들은 SNS에서 적극적으로 세 손가락 경례 사진을 올리며 세계의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이에 군부는 SNS도 막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SNS와 상징물은 합이 잘 맞는다. #metoo(#미투)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것도 (물론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피해 사례가 넘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해시태그)라는 상징성이 모두에게 통했기 때문이다. 상징은 독재자가 쓰면 프로파간다가 되지만, 약자 또는 시민들이 쓰면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앞으로도 저항의 상징으로 쓰일 것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상징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영화에서 시작한 상징이 현실로 이어지며,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진심을 비춰주고 있는 셈이다.


끝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지 33년 만에 또 다시 민주주의를 빼앗긴 미얀마 시민들이 하루 빨리 자유를 다시 찾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인명 피해와 되도록 모두가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SaveMyanmar #BURMA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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