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베트남전쟁 #68혁명 #아론소킨
매년 초 열리는 아카데미상을 보면, 작년 한해 어떤 영화가 미국 또는 전 세계 영화계를 달궜는지 알 수 있다. 수많은 영화 중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7>(이하 시카고7)도 아카데미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시카고7>는 작품상·남우조연상·각본상·촬영상·편집상·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이것만으로 우리가 <시카고7>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
변화의 열망이 ‘폭발’하던 바로 그때, 1960년대
<시카고7>은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혼란하고 혼탁하던 미국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1968년은 마틴 루터 킹이 죽고, 베트남 전쟁을 확대시킨 존슨 대통령의 뒤를 이어 닉슨 대통령이 당선된 해다. 영화는 바로 이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민주당의 시카고 전당대회 당시 시위와 재판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의 시작은 ‘케이퍼 무비’를 떠올리게 한다. 7명이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시카고로 결집한다. 목표는 하나, ‘베트남전 종전’이란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전당대회라면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언론이 집중되는 곳. 그 바로 앞 공원에서 시위를 벌인다면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흔히 예상되는 영화의 순서는 시카고에 도착한 7명이 시위를 조직하고, 시위가 벌어진 뒤 재판에 넘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시위 장면은 보여주지도 않은 채 갑자기 ‘재판 1일차’로 넘어간다. 영화의 제목이 ‘트라이얼(재판)’인 이유다.
‘재판’을 통해 재구성하는 사건
영화는 실제 재판을 통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것처럼 진행된다. 증인들의 증언과 검찰 측의 심문, 변호인의 반론을 통해 시위가 왜 열리게 됐는지, 왜 폭력시위가 됐는지, 폭력시위의 주동자가 누군지 등이 서서히 밝혀진다. 생략된 시카고에서의 사건은 재판을 통해 시위의 발단부터 7명의 체포 과정까지 드러난다.
그러나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사실 이 재판은 정부 차원에서 이미 짜인 ‘각본’ 같은 것이었다. 이미 피고인 7인에 대한 판결은 이미 결정돼 있다. 재판이 열린 이유는 베트남전쟁을 부정하는 청년들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이자, 베트남전쟁을 옹호하는 세력을 늘리기 위한 그런 것이었다. 마치 한국 영화 <변호인>에서 독서회를 연 몇 명의 학생들이 본보기로 재판을 받게 된 것과 비슷하다.
재판정에는 그들의 편이라곤 없다. (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달걀로 바위를 내리치는 듯이. 폭발하는 청년들의 목소리와 열망이, 시민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재판정이라는 곳에서 얼마나 무력하게 좌절되는지. 아, 하나 팁을 주자면, 맥주를 먹으면서 영화를 보다간 맥주캔을 판사에게 던지고 싶어질 수도 있다.
영화는 재판 과정을 따라가면서도 긴장과 흥미를 잃지 않는다. 특히 차갑고 논리적인 재판 과정을 통해 그 당시의 뜨거운 열기와 비논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점에서 ‘법정’이란 공간은 양면적으로 비춰진다.
결국 ‘시카고 7인’이 바란 건 ‘종전’
리뷰 내내 7명을 굳이 별개로 설명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모두 다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이들은 개개인이 아닌 그 당시 누구보다 변화를 열망하고 분노하던 수많은 이들을 대변하는 7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특히 애비 호프먼(사챠 바론 코헨)은 눈에 띈다.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배우지만, 2007년 영화 <보랏>의 주인공이자 <레미제라블>에서 테나르디에 역을 맡았다. 코헨은 이번에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로도 올랐는데, 작중에서 아주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나온다.
애비와 톰 하데인(에디 레드메인)의 대립도 영화의 큰 줄기를 차지한다. 애비는 톰을 향해 “너와 난 승리를 다르게 정의해”라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톰은 ‘온건파’고 애비는 ‘강경파’라고 볼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자라 온 환경도, 성격도, 생각도 다른 둘의 갈등도 재밌는 포인트다.
“세계가 보고 있다”
세계는 재판을 주목했다. 실제로 길이 남은 재판이기 때문에, 영화화도 됐을 것이다. 종전의 목소리가 드높았던 1968년, 달걀이 바위를 깨뜨리기 위해 열렸던 이 재판은 세계에 무엇을 남겼을까? 결국 베트남전은 미국의 패배로 끝났고, 베트남전 참전을 위해 미국이 술수를 쓴 것조차 드러나며, 역사적으로 ‘틀린’ 전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재판이 판결하지 못한 생명, 인권이란 가치를 세계는 어떻게 지켜냈는가. 그 재판을 역사는 어떻게 판결했는가.
“세계가 보고 있다” 세계는 재판을 주목했다. 영화의 가장 마지막 대목에서 다시 한 번 <변호인>이 떠오른다. 영화의 ‘백미’이자, 울림이 남는 그 장면은 꼭 직접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 본 리뷰는 'OTT뉴스' 지면에도 게재됐습니다. http://5tt.kr/View.aspx?No=155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