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충주

2023년 7월 10~12일

by 티끌

사실 충주하면 떠오르는 게 많진 않을 것이다. 대표적인 관광도시도, 유명도시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 요새는 충주 하면 충주맨이 떠오를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충주에 가게 된 계기는 언젠가부터 가졌던 충주호에 대한 관심과 실물 중원고구려비를 보기 위해서였다. 덧붙여 탄금대의 모습도 궁금했다.



―충주의 막국수

충주에 도착한 후 무엇을 먹어야 할지 찾기 위해 자연스레 인터넷을 켰다. 충주는 마땅한 향토 음식이 많진 않았던 것 같지만, 그 중 막국수가 가장 유명한 듯 했다. (물론 외지인 입장에서다.)

1. 막국수.jpg 충주 중앙탑막국수에서. 만두 사진을 못 찍었으나, 정말 맛있었다.

충주 막국수를 치면 비슷한 느낌의 음식점들이 여러 곳 소개된다. 우리는 숙소 가는 길에 들를 수 있는 가게로 갔는데, 유명한 데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충주 막국수에는 새싹이 고명으로 잔뜩 올려져있다. 최근 들어 제일 맛있게 먹은 막국수였다. 흔히 우리들이 아는 막국수의 새콤달콤, 시원한 맛이고, 만두가 정말, 정말, 맛있었다.


대중적으로 막국수는 춘천을 필두로 한 강원도가 제일 유명하다고 생각한다. 충주가 막국수가 유명한 건, 충주에도 메밀이 많이 나서 그런 것인지, 지리적으로 강원도와 가까워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충주-제천이 강원도와 가깝다고 느낀 건 단순 지도상의 문제가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차를 타고 달리는 산길이 강원도 영월의 모습과 비슷해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야생인지 기르는 것인지 모를 옥수수가 길가에서 자라는 것도 그랬다.



―탄금대: 임진왜란의 상흔

지역을 가면 그 지역에 있는 역사 유적지를 되도록 찾아가는 편이다.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고, 역사 유적지라하면 어디든 산책하기에 알맞은 곳이기 때문이다.


탄금대란 이름의 유래는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야금을 만든 우륵이 직접 가야금을 타던 곳이라고 한다. 탄금대 입구에서 언덕배기를 차로 타고 오르면 주차장이 잘 마련돼 있다. 주차장에는 카페를 품고 있는 충주문화원도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땐 여기에서 가야금을 가르치는 강좌도 열고 있었다.

2. 탄금대 입구.jpg 탄금대 공원 진입로. 산책하기 좋게 잘 다듬어져 있다.
4. 탄금대 충주호.jpg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남한강의 모습. 햇볕을 잘 받아 강이 반짝였다. 실물이 훨씬 아름답다.

사실 탄금대는 우륵보다는 임진왜란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이 탄금대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일본군과 맞서다 장렬하게 전사한 곳이다. 이때 크게 져서 일본군이 한양으로 그대로 올라오는 길을 열어준 전투가 된 셈으로, 패배의 상흔을 안고 있는 곳이다.


탄금대 전투는 당시 많은 군인들과 나라의 대표 장수가 희생된 비극적인 전투이면서, 동시에 조선 군대의 무력과 전술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전투이기도 하다. 임진왜란은 결과적으로 이순신 장군 덕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지만, 우리의 피해가 훨씬 더 막대했다는 점을 봤을 때 오히려 탄금대에서의 전투가 당시 조선의 현실을 더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탄금대의 산책로는 매우 잘 조성돼 있다. 관광지기도 하지만, 현지인들도 종종 산책하러 오는 것 같았다. 잘 포장된 길을 직진으로 쭉 걷다보면 가파른 계단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왼편으로는 전망대로 향하는 길이 있다. 계단을 내려가면 강변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공원(?)과 연결돼 있었는데,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일이 참…… 고역이었다.


곧바로 전망대로 향한다면, ‘열두대’를 지나 남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게 돼 있다. 열두대란 신립 장군이 일본군을 맞닥뜨릴 우리 군을 독려하기 위해 스스로 열두 번이나 오르내려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전망대에서는 나무들 틈새로 내려다보는 남한강의 깊고 풍부한 물길을 볼 수 있다. 높은 데서 내려다보기 때문에 물길의 모양이 한눈에 담긴다.



―충주호를 품은 숙소

우리의 숙소는 충주호를 끼고 있는 제천에 위치했다. 충주와 멀지 않고, 충주호를 따라 산길을 가다보면 숙소를 만날 수 있었다. 충주 쪽에는 마땅한 숙소가 많지 않아 제천을 찾았는데,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특히 개인 풀과 스파, 그리고 충주호를 품은 뒤뜰이 그랬다.

6. 숙소.jpg
5. 숙소.jpg 숙소 '캠프 디투어스' 캐러밴 형태의 숙소.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바로 옆에 스파가 있다. 저 멀리 충주호 자락이 보인다.

풀장은 생각보다 깊이와 크기가 꽤 있어서 2명까지는 놀만 하다. 바비큐도 해 먹을 수 있는 곳이어서 물놀이를 하다 고기를 먹어도 되고, 풀에서 놀다 스파를 해도 되고. 바깥에서 안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곳이다.


숙소 뒤편에는 충주호 쪽으로 난 넓은 뜰이 있었다. 시야에 가득 담기는 푸른 잔디의 끝자락에 충주호가 걸려 있고, 한 발자국씩 걸어가면서 한 뼘씩 커지는 호수와 산, 하늘의 절묘한 비율은 숨이 탁 트이는 느낌을 줬다. 여름 특유의 하얗고 가벼운 하늘 아래 호수는 잔잔히 하늘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7. 숙소 뒤뜰.jpg
8. 숙소 뒤뜰.jpg
9. 숙소 뒤뜰.jpg



―충주에서의 둘째 날: 시래기를 넣은 순대국밥

아침의 충주호를 다시 한 번 눈에 담고, 이번엔 충주 시내의 유명한 순대국밥 집을 찾았다. 사람이 많았는데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여행을 갈 때마다 지역 국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국밥은 지역마다 특색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언제나 기대되는 메뉴다.


특이하게 이곳 순대국밥에는 시래기가 들어가 있다! 이 가게만 그런지, 충주만의 특색인지는 모르겠다. 순대가 정말 많았고, 개인적으로는 짰다. 그렇지만 익숙하면서도 짭짤한 그 감칠맛이 입안에서 넘쳐흐른다. 시래기 특유의 구수한 맛도 함께. 꽤 넓은 홀에 손님들이 꽉 찼으니, 그 맛은 증명되는 듯하다.

10. 순대국밥.jpg 충주 시내의 '일번지순대국'



―드디어 보았다! 중원고구려비

다음 행선지는 충주고구려비전시관이었다. 이곳에는 무려 진짜 고구려비가 세워져 있다. 중원고구려비는 장수왕이 한강 이남으로 진출한 것을 기념해 5세기경에 세운 비석으로, 국내에서 드문 고구려의 흔적이다.


이 고구려비는 1979년까지도 고구려비인지도 모르고, 인근 마을 입구에 멀뚱히 세워진 기둥으로 쓰였다고 한다. 심지어 이 돌 덕분에 그 마을 이름도 입석마을이었단다. 1979년이 돼서야 학자들이 돌의 가치를 알아보고 연구하던 것이 결국 장수왕이 세운 중원고구려비라고 판명난 것이다. 뒤늦게 정체를 찾은 덕분에 전시관 역시 2012년에 개장한 것으로 연혁이 오래되지 않았다.

11. 충주고구려비전시관.jpg
12. 고구려비.jpg

고구려비에 대한 설명을 보며 걷다 보면, 금방 고구려비를 전시해 놓은 넓은 홀이 등장한다. 홀 가운데에 비석이 웅장하게 조명을 받으며 서 있는데,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꽤 크다. 높이가 2m, 폭이 55cm으로, 돌에 새겨진 활자 해석본이 비석 아래 단에 설명 돼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개인적으로 이 고구려비에 대한 엄청난 학술적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만주를 무대로 하는 고구려이기에 한국에서 유물을 찾기 어려운데, 고구려의 단편을 이렇게나마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묘한 벅참이 있었다.



―충주에서의 마지막 밤

1박 2일 일정으로 왔던 충주였지만, 충주호의 전경과 힐링 되는 숙소 덕에 하룻밤을 더 묵기로 결정했다. 갑작스럽게 일정이 늘어난 충주에서의 마지막 밤은 단출했다. 근처에서 음식을 포장해와 숙소에서 술과 함께 밤을 맞았다.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았던 충주. 단지 충주호를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갈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다음에 충주를 오게 된다면 분명 그날 본 충주호가 그리워질 때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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