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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완주 Sep 06. 2020

교회는 안 가고 교회 다녀옴

일요일, 주일이다. 예배를 안 간 지가 벌써 3 주차. 선견지명이었는지 지난 1 년 동안 친한 언니네 집에 가서 가정예배로 드리고 있는데, 그마저도 지금은 서로 조심하는 차원에서 만나지 않고 있다. 특히나 차를 없앤 지금은 예배를 보러 언니네 집에 가려면 아이들과 셋이서 버스를 타고 30 분이 걸린다. 아무래도 불특정 다수가 밀폐된 공간에 있게 되고, 누가 버스 안에서 마스크를 벗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내가 먼저 당분간 가지 못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예배를 드리기는커녕, 오늘 아침은 할당된 교회에 방문해서 행정명령인 예배 금지 조치가 준수되고 있는지 점검하러 다녀왔다. 아침에 택시를 타고 시청에 도착해보니 많은 직원들이 평소와 다르게 공무원증을 목에 걸고 서너 명씩 몰려다녔다. 예배를 드리는 곳이 있으면 고발 조치해야 하는데, 나가보니 세 곳 중에 한 군데가 예배를 보고 있었다. 운영 중인 요양원 건물 안에서 요양원 환자들 일곱 분 모시고 하는 예배라서 어차피 감염 우려가 없는 곳이긴 하지만, 판단은 내 몫이 아니라 일단 내역은 제출해야 했다.


다녀오고 나서도 사무실에 남아 월요일 마감을 맞춰해야 할 일이 있어서 네 시까지 일을 하고 집에 들어왔다. 사실 아침에 일을 할 생각으로 일찍 나가긴 했으나 어지러워서 일을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초과근무수당은 네 시간만 인정되니 아홉 시에 출근해서 네 시에 나왔으니 아침에 조금 쉬었다고 세금 축낸 거 아니... 아.. 정말...


아침 내내 하늘이 핑핑 돌고 힘들어서 출근한 후 컴퓨터 전원만 켜고 의자에 머리를 기대어 앉아서 로그인 화면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는 내 친구 체스터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오늘따라 슬퍼 보이네, 나쁜 놈... 로그인을 하고 나니 체스터는 왼쪽으로 옮겨갔다. 그래도 나쁜 놈... 유튜브를 열고 그의 노래를 찾아서 들었다.


Every step that I take is another mistake to you...And I know I may end up failing too...

Do you feel cold and lost in desperation. You build up hope but failure's all you've known...

I tried so hard and got so far, but in the end it doesn't even matter. I had to fall to lose it all...

The reminders pull the floor from your feet. In the kitchen one more chair than you need...


나쁜 놈... 영상 속의 체스터는 멋지고, 파이팅이 넘치고, 사람들을 안아주고, 병맛 춤을 추고, 그리고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웃고 있는 그를 보니 눈물이 났다. 좀 살아주지... 나는 어쩌라고...


그러다가 갑자기 픽 웃음이 났다. 교회 다니는 사람이 주일 아침에 교회는 안 가고, 교회들이 예배를 드리는지 감시하고 고발하러 간다. 주일마다 남의 집에 가정예배를 드리러 다니는, 목사의 서류상 마누라가 신성한 주일 아침에 염세적인 록음악을 들으며, 자살한 남자가 보고 싶다며 울고 있다. 그 남자는 여섯 아이를 남겨놓고 친구 따라 저 세상에 갔는데.


앨라니스 모리셋의 노래 <Ironic>이 떠오르는, 부조리극 같은데 모든 것이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고 자연스러운 아침. 자살한 바탕화면 남사친에게 다시 한번 나쁜 놈이라고 노려본 후, 웃으며 눈물을 닦고, 남편 있는 과부인 목사 마누라는 목사들 감시하러 자리에서 일어났더란다. 그 바탕화면에는 체스터가 유작으로 남긴 니체의 말이 적혀있다지.


What doesn't kill us makes us stronger.


그 말을 매일 되뇌며 살아남아 초인이 되기를 갈망한다지.

이게 내 인생이구나... 참, 재밌는 인생이다.

Life has a funny way of helping you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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