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나를 붙잡고 일주일 째다. 처음에는 그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쓰다 보니 자꾸 고구마 덩굴처럼 뭐가 딸려 나왔다. 그래서 뒷부분을 잘라내고 남겨진 부분을 다시 쓰고, 그러다가 또 너무 길어져서 뒷부분을 잘라내기를 반복하다 보니 너무 낯선, 애초에 쓰려던 것과 아예 다른 글이 되어버렸다. 어제 오리가 내게 "엄마, 나한테 화난 거 있어? 왜 이렇게 쌀쌀맞아?" 하는 걸 "어깨가 아파서 그래."라고 대답했고 정말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글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자꾸 그쪽으로 글이 흘러가길래 '이제 쓸 만한가 보네.' 생각했다. 마무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흉터는 단지 가릴 수 있을 뿐... 왜 굳이 그걸 끄집어내면서 이렇게 괴로움을 자초하는 건지 모르겠다.
"도대체 그런 이야기를 왜 하려고 하는 거야?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나도 몰라. 그냥 거기까지 가버렸어."
"차라리 소설을 써. 사실인지 허구인지 아무도 모르게."
"네 말이 맞아... 그래, 아직은... 안 되겠어."
마음속 목소리들이 숨을 죽여 으르렁거린다. 쓰기를 멈추었다. 너무 갔다.
어젯밤에 꿈을 꾸었다. 누군가가 나를 커다랗게 움켜쥐고 있었던 것 같다. 도망치려고 했는데... 겁이 났는데... 어쨌더라... 뭔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주저앉아 소리 없이 숨죽이며 울었다. 품에 안은 것에 마주 안긴 것도 같다. 그것이 뭐였는지 모르겠다. 나한테 아무것도 원하지 마. 이건 지키게 해 달라고. 여전히 나는 뭔가에 움킨 채였는데... 누군가가 말했다. "울면 어쩌라고."
지치고 있나... 버텨야지...
아직은 갈 길이 많이 남았어. 멈출 수 없는 길이.
흉터를 가려. 마치 한 번도 다쳐본 적이 없는 것처럼.
글은 가라앉았다.
나는 이제 안전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