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사면 종합검사부터 챙기세요!
어느 날 시민 장발장 씨의 집 우편함에 얄팍한 우편물 하나가 꽂혀있다. 시장이 보냈단다. 선거철도 아닌데, 불안한 느낌이 온다. 그런 느낌은 틀린 적이 없다. ‘또 뭐야...’ 하며 귀퉁이의 빨간 삼각 표시를 붙잡고 누런 삼단 고지서를 펼친다. 뭐?? 30만 원???? 자동차 검사를 안 했다고? 내가? 언제 했어야 되는 건데? 엽서도 안 받았는데??? 잘못 보낸 거 아니야? 담당자가 누구야... 너 딱 기다려.
자동차 종합검사를 할 때가 다가오면 지자체가 사전 안내엽서를 보내준다. 의무가 아니라 서비스다. 엽서가 안 왔다고 지자체 잘못은 아니라는 뜻이다. 기간이 지났는데 검사를 안 받으면 다시 정중한 경과 안내문을 보낸다. “과태료가 쌓이고 있습니다. 빨리 검사하세요.” 경과 안내문은 서비스가 아니라 지자체의 법적 의무다.
아무리 차량관리 의무가 소유주에게 있다고 해도 자기 차량의 종합검사 기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래서 지자체도 안내엽서를 열심히 보내고, 반송 오는 것도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다. 우리 시의 경우 매주 수천 장의 엽서를 보내고 있다. 이 엽서들은 자동차관리시스템에서 자동 출력되므로 누락이 없다.
그런데 글 앞머리에 등장한 장발장 씨는 왜 엽서를 못 받은 것일까? 장 씨는 반년쯤 전에 중고차를 샀다. 예전 소유자는 종합검사를 안 하고 차를 팔았다. 엽서는 그 사람에게 간 것이다. 장 씨는 그걸 모르고 차를 받았고 딜러는 "이 차, 한 달 내에 검사 꼭 받으셔야 해요. 안 그러면 과태료 나와요."라고 말해주는 것을 잊어버렸다. 어떤 딜러들은 출고할 때 아예 종합검사 다 해주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서비스다.
결국 장발장 씨는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과태료가 최고액 30만 원에 이르렀을 때, 그제야 시스템에서 과태료 대상자로 걸러진 것이다. 자동차관리시스템은 중고차 구입자를 위한 종합검사 안내 기능을 만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서울시의 경우 중고차 매매로 변경된 소유자를 파악해서 검사 안내문을 출력할 수 있는 별도의 모듈을 자체 개발해서 사용 중이라고 알고 있다. 서울시 외의 지자체는 그런 모듈이 없다.
그러면 다들 어떻게 하고 있을까. 모른다. 몇 군데 찍어서 전화로 물어보는 것 말고는 알 수 없다. 각자의 방법으로, 하든지 혹은 안 하든지... 시스템이 없으면 개인의 역량이 중요해진다. 이게 머선 말이고... 담당자가 역량이 되면 안내해줄 거고, 아니면 안내 못한다는 얘기다. 중고차 살 때 꼭 종합검사 기간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업무를 시스템화하는 목적은 누가 그 일을 맡든지 균질한 퀄리티를 담보하기 위함이다. 개인은 들쑥날쑥하기 마련이니까. 아마 많은 지자체가 엑셀 파일로 별도 관리하고 있을 것이다. 각자의 방법으로. 엑셀이 아니면 매주 수천 건의 데이터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 엑셀을 쓸 줄 아는 직원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우리 지자체는 2019년에 들어와서야 엑셀 파일을 만들어서 중고차 구입자에 대한 종합검사 안내를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장발장 씨처럼 억울한 민원인들이 모두 30만 원씩 과태료를 내야 했고, 과태료 담당자는 격앙된 항의 전화와 방문에 시달렸다. 파일을 만든 건, 그나마 사기업에서 엑셀을 써보았던 공무원 장 모 씨였다. 그는 민원인들이 화를 내는 것이 몹시 당연해 보였다. 거의 매일 있었던 싸움이 사라져서 장 모 씨는 과태료 업무를 아주 조용하고 무료하게 했다. 팀장은 몹시 좋아했지만, 한편으로는 긴 한숨을 쉬었다. "엑셀 할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너 딴 부서 가고 나면 그걸 누가 해?" 맞는 말이었다. 그후 인사이동으로 엑셀을 쓸 줄 아는 후임자를 앉혀 놓았으나, 후임자의 후임자는 엑셀을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장 모 씨는 후임자의 후임자를 AS 하고 있다. 후임자의 후임자의 후임자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아니면 그전에 장 모 씨가 본청을 떠날지 알 수 없다.
며칠 전에 한 언니가 보고서에 적힌 각 부서 예산표에 혹시 틀린 부분이 있을까 봐 계산기로 하루 종일 두들겨봤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느라 너무 바빴다는 얘기다. “꼭 합계 틀린 부서가 있어. 그날도 내가 몇 개나 찾았는지 몰라.”라고, 언니는 말했다. 언니, 내가 어떻게 계산기까지 사랑하겠어, 언니를 사랑하는 거지. 인쇄된 예산표를 계산기로 검산한다는 얘기는 내가 첫 직장에 입사했던 25년 전에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HWP 말고는 '몰라도 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선 HWP로 숫자 표를 적어 넣고, 계산기로 부분합과 sum과 sumif와 피벗을 한 후에 타이핑해 넣는다.
최근에는 신청서의 데이터를 그대로 승인서에 옮겨 적어서 교부하는 업무를 했다. 회의 담당자(외부 전문가)와 일정만 내가 결정해주면 되는 간단한 절차다. 신청서가 많게는 50장 넘게 들어오는데, 그걸 승인서에 일일이 복붙해야 했다. 아무리 내 시급이 1만 원도 안 된다지만... 복붙하기 너무 귀찮아서 버튼 하나 누르면 신청서가 100 장이든 10,000 장이든 바로 승인서로 출력되도록 파일을 만들었다. 원래 방식대로라면 오전 내내 해야 하고, 사람인지라 오류가 날 수밖에 없어서 검토하느라 또 한두 시간을 잡아먹을 업무를 5분 안에 해결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런데 엊그제 또다시 부서 내에서 사무분장이 바뀌었다. 그 업무는 내 이전 담당자에게 되돌아갔다. 나는 원래 그가 했던 복붙 시스템을 원상 복구해서 전임자인 후임자에게 넘겨주었다. 내가 업무 방식을 바꾸었던 것은 개선이 아니라 변화일 뿐이다. 내게 해결책을 찾아보라고 독려하던 팀장도 이젠 없다. 무엇보다도 HWP를 벗어나는 변화는 이곳에선 바람직하지 않다. 이래서 사기업 경력은 공무원 경력으로 인정해주지 않나 보다. 여기서는 아무 쓸모가 없으니 말이다. 빨리 시급 1만 원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일하는 데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HWP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하지만 나는 HWP가 콩사탕 만큼이나 싫어요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