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후 성장한다.

노력하면 할 수 있어!

by 채롬

여름이 되니 에어컨 바람에 편도에 자꾸 자극이 가는지 편도염, 감기에 자꾸 걸린다.

날씨가 더워지고 에어컨을 틀기 시작하면서 벌써 서번 걸린듯하다.

그때마다 유치원에도 못하고 집에서 지내야 한다.

지난 금요일부터 감기기운이 보이더니 주말이 지나고도 유치원에 갈 만큼 낫지 않아 월요일까지 유치원엔 못 갔다.

밖에도 못 나가고 집에만 있으니 아이도 나도 쳐지고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화요일에는 조금 나아서 유치원에 다녀왔다.

하원길에 병원에 다녀오는데 날이 뜨겁지 않고 바람도 꽤나 불어 선선했다.

아이는 아파트 중앙공원 벤치에 엄마아빠와 함께 앉아 있는 걸 좋아한다.

벤치로 엄마손을 잡아끌어가 앉는다.

벤츠 주위 나무와 풀, 꽃에 둘러 쌓여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무와, 풀들이 상쾌하게 느껴졌다.

조금은 더운 듯 선선한 바람.

그렇게 앉아 있다가 아이는 또 놀이터에 가자며 뛰어간다.

놀이터에 가서는 평소에 못했던 구조물을 스스로 타고 올라간다.

아이가 아프고 나면 정서적으로, 지능적으로, 육체적으로 어느 쪽이든 훌쩍 발달한 것 같을 때가 많이 있다.

나는 아이에게 온몸으로 긍정적인 리액션을 해주며 엄지 척을 보내준다.

아이는 만족스러워하고 자존감이 한층 더 오른 것 같다.


아이에게 꼭 마음속 깊게 남겨주고 싶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말해준다.


"시안이는 노력하면 뭐든 잘할 수 있어!, 지난번에 안되던 것도 자꾸 하다 보니 지금은 되지?"


"네!"


아이는 이미 믿고 있는 듯하다.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안되던 것도 자꾸 하다 보면 된다는 걸.


그렇게 노는 사이 아빠도 놀이터에 왔다.

아이는 아빠에게도 씩씩하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빠도 신나게 긍정적인 리액션을 해준다.

아이는 한층 더 신이 난다. 그리고 옆에 있는 다른 구조물들도 도전한다.

두 번째 구조물까지 성공하고, 그 옆에 세 번째 구조물에서 무서운지 성큼 오르지 못한다.

한번 포기했다가 약간의 도움으로 성공했다.

조금 있다가는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세 번째 구조물까지 성공했다.

스스로 도전하고,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고 뿌듯했다.


아이는 아이의 속도로 잘 자라고 있다.

나중에 학교에 가서도 주위 또래들과 비교하며 조급해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나의 조급함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마음에 짐을 얹어 주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는 아이의 속도로 스스로의 내적 힘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아이 스스로, 내적 동기의 힘으로 자라는 것이 아이 인생에 진정으로 좋을 것이다.


놀이터에서 엄마 아빠와 공룡놀이까지 한참 하고서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해야 하는데,

옷 벗는 데부터 아이가 협조하지 않고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

샤워가 끝날 때까지 협조하지 않고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움직이는 아이를 씻기고 물기를 닦아주며,


"이렇게 샤워할 때 말 안 들어서 엄마 기운 빠지면 그만큼 시안이랑 놀아줄 기운이 없어지잖아."

얘기했다.


아이는

"엄마가 놀아줄 기운이 없으면 아빠가 놀아주면 되죠!"

말한다.


말문이 턱 막힌다.


가끔 뭐라 대답해야 할지, 혼내야 하는 건지 헷갈리는 말대꾸를 종종 한다.

그런 모습이 또 나를 닮은 것 같아 마냥 밉지가 않다.


아빠는 그 말을 듣고

"엄마가 힘들어서 시안이랑 못 놀아 주면 아빠도 못 놀아줘! 아빠는 엄마랑 연결되어 있거든."

말한다.


아이는 시무룩해하며 옷을 다 입은 뒤 아빠에게 비빈다.

아빠는 아이에게 엄마에게도 가서 기분 풀어주라며 시킨다.

아이는 엄마에게 미안한 듯 쭈뼛쭈뼛 다가와 안으며 샤워할 때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힘내라고 말한다.


나는 아이에게

"그래... 시안이도 마음대로 안 돼서 힘들지?..."


아이는

"네..."

하고 대답한다.


"시안이가 그래도, 엄마는 시안이를 사랑해"

하고 말해줬다.


아이는 다시

"네!"

대답하고는 신나게 다시 아빠에게 간다.


아이가 엄마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서, 엄마 기분이 안 좋아지면 아이는 마음 불편해한다.

어떻게 하면 엄마 기분을 풀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실행하는 듯하다.

그 모습을 보며 '너도 잘하고 싶었을 텐데, 뜻대로 되지 않고 혼나는 결과가 속상하겠구나' 생각이 든다.


'씻는 부분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엄마의 의지'와 '스스로도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해하는 아이의 마음'

사이에 매일 진이 빠지고 속이 상한다.


그럼에도 매일 금세 회복해서 밝은 아이의 모습을 보면 감사하다.

그리고 기도한다.


"아이를 훈육하는 마음이 나의 감정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아이의 성장을 위한 훈육만을 하겠습니다.

감정을 다스려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훈육만을 하겠습니다.

이 마음 항상 붙들고 흔들리지 않게 도와주세요."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