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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심장박동기를 가진 사람

Prologue.

by 디엔드



당신은 인공심장박동기의 존재를 알고 있나요? 손가락만 한 기계에 심장이 100% 의존하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앞으로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매년 기계를 점검하고, 6년 뒤에 또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요.




안녕하세요. 디엔드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고요, 혈액형은 O형, mbti는 INTJ (가끔 F), 미국 밴드 ajr을 좋아..ㅎ.. 아니아니. 말이 기네요.


저는 심방과 심실 사이의

전기 신호 전달이 완전히 끊긴 사람이에요.


어휴, 한 문장 쓰는데 어찌나 오래 걸렸던지. 주변 친구에게 이 얘기를 하면 눈이 동그래져서 묻더라고요.

그럼 어떻게 살아가?

앞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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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pacemaker)라는 말 들어보셨죠? 선수들이 일정한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을 얘기하는데, 심장박동기도 의학용어로 페이스메이커예요.


저도 작년에 처음 봤네요.. / DDDR


인생에 페이스메이커 한 명쯤 있으면 참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미 몸속에 있었네요. (반갑다.. 잘 지내보자?) 앞으로 12년째 함께하고 있는 박동기와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려고 해요.


병명은 3도 방실차단이고,

후천성으로 2살 때 진단받았어요.



아이고, 운이 안 좋았네요.

이왕이면 1, 2도가 나았을 텐데

완전방실차단이라니! (- 심박동기 필수..)


6살, 12살, 17살.

이렇게 세 차례 수술대에 올랐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연재되는 글에서 만나요






조금 더 익숙한 예시를 들자면, 응답하라 1988에서 정봉이가 받은 수술이 인공심장박동기 삽입술이에요.


“기계 넣는 수술”

“심장이 멈추지 않게 도와주는”

이라는 대사가 있더라고요.


응팔 8회


삶의 체온을 유지시켜 주는 건 잘난 명언도
유식한 촌철살인도 아닌
당신의 투박한 체온이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다.



심장 박동기 삽입 그 후,


어깨 물리치료를 못 받고, 함부로 CT를 찍을 수 없고, 공항 검색대에서 프리패스 티켓이라도 있는 것처럼 지름길로 통과하게 돼요. 스피커 앞에선 15cm 정도 떨어져 있어야 하고요. 벌써 대학병원도 12년째 다니고 있네요. 아.. 5개월 뒤에 또 심장내과 외래를 가야 해요. 이젠 병원이 집보다 편해지겠어요~? (*그건 아님)


매년 배터리 소모량 확인하려고 가는데, 언제 박동기가 작동됐고 평균 심박수는 어떤지 기록되어 있어요. 동그란 기계를 박동기 쪽에 대고 있으면 심전도 종이가 쭉 나오고, 프로그래머로 모드 조정도 할 수 있어요. 모니터 몇 번 두드리면 심박수가 바뀌더라고요. 이러니까 진짜 기계인간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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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서 이 주제로 글을 연재하는 건 최초인 거 같아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감정과 생각, 그리고 삶을 함께 녹여내고자 합니다. 누군가는 평생 동안 겪지 않을 일을 누군가는 글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될 텐데요. 그런 경험을 나누는 일은 참 흥미롭고 신기하더라고요. 저도 그 특별한 흐름에 동참해보려 합니다. 인공심장박동기와 함께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에 작은 울림이 있길 바라요.



New 브런치북 <인공심장박동기와의 동행>

동행해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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