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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엔드 Dec 11. 2024

마음이 복잡해서 쓰는 글

죽고 싶고, 살고 싶고, 미안하고, 고맙고, 슬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원인을 찾는다고 해결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알아내고 싶다. 아마 그 시작은 부모의 영향이 가장 컸겠지.


어제(12/10)는 상담센터 소동이 일어났다.

정신과에선 내가 약물 남용이 심해서 약 처방을 해주지 않았고, 잠을 못 잘 거라는 생각에 어느 정도 멘붕이 왔다. 병원 근처 카페 옥상에 올라가서 하염없이 생각했다. 여기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무서운 감정이 들지가 않았다. 이건 강력한 위험신호다. 내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신호.


그래서 담당 상담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고, 상담 날짜가 아님에도 센터에 가게 됐다.

그때부터 실랑이가 시작됐다.


한동안 입원 얘기가 나왔고, 선생님이 너무 미웠다.

분명히 내 편에서 생각하고 나의 의사를 존중할 거지만, 생명에 위험이 된다면 신뢰관계가 깨지더라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말을 하셨다.


이어서 선생님은 내게 말했다.


"난 디엔드의 편에서 무조건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이게 정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사람보다는 회복을 위해 이끌어주고 나아지게 하는 게 목적이라서 디엔드의 입장에선 악역이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어요."


나는 답했다.


"아니요. 지금 제겐 좋은 사람이 필요해요. 오로지 제 편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그렇게 할 거예요. 디엔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함께 고민할 건데, 생명에 위험이 간다면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에요. 이 점은 어느 정도 이해가 돼요?"


"모르겠어요. 그냥 저를 포기해 주세요. 너무 지쳐요."


"이런 얘기만 자꾸 해서 미안해요. 근데 도와주고 싶어서, 더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에 얘기한 거예요. 그리고 선생님은 팀장님께 이렇게 말했었어요. 이 학생은 제가 꼭 잘 지낼 수 있게 도울 수 있을 거 같다고. 엄청 자신 있게 얘기했고, 저는 절대 먼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


최근에 "선생님, 제발 저를 포기해 주세요."라는 말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한 것 같다.

치료자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나를 살리려고 노력할 거고, 나는 그 과정 속에서 미련이라는 걸 남기고 싶지가 않다. 진심으로.


치료자들은 내게 죽고 싶은 마음이 존재하지만, 분명 살고자 하는 마음이 보인다고 하셨다. 이건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다. 죽고 싶은데 살고 싶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마음인 건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해결되지 않고, 아무리 고민을 해도 정답은 나타나지 않는다. 글을 쓰면 나아질까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다. 복잡하고, 복잡하다.


솔직히 어제 이후로 상담 선생님을 비롯한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어서 죄책감 때문에 계속 울었다. 너무 큰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정말 무겁다. 어젯밤에 H선생님과 통화를 하면서 내가 정말로 나만 생각하고 자살을 해버린다면, 그들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거라는 말을 해주셨을 때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나는 지금 나를 위해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남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기분이다.


/


브런치 글을 쓰다 보면, 댓글이 올라오는데 그 댓글들은 참 감사하게도 나에게 숨을 쉴 구멍, 살아갈 힘이 되는 것 같다.


한 편으론 이런 생각도 한다. 나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해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고 그 과정 속에서 아픔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라는 책에선 이런 구절이 나온다.

"당신을 위로하려고 애쓰는 그 사람이 때때로 당신에게 도움을 주는 이 단순하고 평온한 말들 속에서 아무 고통 없이 편히 살고 있다고는 생각지 마십시오. 그 사람의 삶에도 수많은 괴로움과 슬픔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그 말들을 찾아내지도 못했을 겁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다시 한번 더 주변 사람들, 독자님들께 감사함을 느꼈다. 그 사람의 삶에도 수많은 괴로움과 슬픔이 있었기에 나에게 응원의 말과 다정한 말을 찾아내서 해준 것일 거다. 살아가는 건 어쩌면 이런 행복처럼 단순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언제쯤, 어떻게 이 복잡한 마음이 정리되는 순간이 올까?

지독하게 아프고 괴로운 나날 속에서도 희망은 분명 존재한다고 했다.


‘윈터링,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내야 하나.. ’


고민이 참 많은데, 일단 그냥 살아만 있어 보자.

수많은 난제 속에서 내가 내린 첫 번째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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