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 '여덟단어' 북콘서트를 다녀오며
求放心(구방심): 구할 구, 달아날 방, 마음 심
흩어져 달아나는 마음을 찾아오는 일
구방심의 일환으로, 대학생 때 뜻깊게 읽고 나의 진로 설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박웅현 작가의 '여덟 단어'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사실 이 책은 대학생 이후로 한동안 기억 저편에 묵혀있었는데,
얼마 전 이혜성 아나운서의 유튜브 채널에 '여덟 단어' 책과 함께 출연한 박웅현 작가님을 보면서
다시금 떠올랐다.
대학생 때 이 책을 읽었던 순간을 돌이켜 보면,
인생의 해답을 줄 든든한 멘토를 찾은 것 같아서 너무나도 행복했었다.
불안감과 허무함이 가득했던 20대 초반의 나는 그의 말이 어쩌면 정답이길 바랐던 것 같다.
27살이 된 지금 내 눈에 비친 그는
끝없이 흔들리고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끝없이 수련하고 권위에 맞서는 수행자와 같았다.
북콘서트에 가는 길, 버스 안에서 오랜만에 책 '여덟 단어'를 다시 꺼내 들었다.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
가장 첫 챕터부터 오랜만에 또다시 나에게 필요했던 말이 내게로 왔다.
'자존은 중심점을 바깥이 아닌 안에 찍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흔들리고 또 흔들리던 20대 초반의 나에게 울림을 줬던 문장인데,
20대 후반이 된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와닿았고, 지키기 어려운 문장이었다.
후배 광고인이 되어서 다시 본 여덟 단어는 또 새롭게 읽혔다.
특히 그의 업에서 파생된 이야기들에는 새로운 시선으로 더욱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광고 대행사에 입사한 이후 지난 1년을 돌아보면,
광고주 혹은 나보다 높은 직급의 상사로 인해 겪게 되는 불합리한 일들이 종종 벌어지곤 했는데,
그때마다 강강약약의 자세를 취하려고 애는 쓰지만 아직은 잘 해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스스로 자책하는 날이 참 많았다.
'갑을 만날 때에는 을처럼 대하고 을을 만날 때는 갑처럼 대하라'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나 자신도 권위를 부리지 말자'
'옳은 게 이긴다는 걸 믿으세요. 옳은 말은 힘이 셉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윗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관철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통해 이런 말들을 듣고 싶었던 것 같은데,
이런 말을 해주는 좋은 선배나 어른이 주변에 없어서 갈증을 느끼던 와중에
다시금 박웅현 작가님을 만나게 되어서 또 한 번 중심을 찾아갈 힘을 얻었다.
강연을 들으며 인상 깊었던 몇 가지 문장을 적어 왔는데,
'거시가 힘들 땐 미시를 보고, 미시가 힘들 땐 거시를 본다'
'비법이 없어요. 마음 단단히 잡으세요.'
'기필코 행복하세요'
힘든 순간에 달아나는 마음을 한번 더 잡아올 힘을 얻은 시간이었다.
가끔은 너무 멀리, 크게 봐서 힘든 순간도 있는데, 그럴 땐 의식적으로 나의 시야를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으로 좁혀서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에 쉬운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요행을 바라는 본능이 나를 유혹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인생사엔 비법이 없으니 마음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말에서
단단하고 묵묵하게 걸어가 보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기필코 행복하세요'라는 말에서는,
행복은 저절로 찾아온다기보다는 내가 나의 행복을 만드는 것이기에,
행복하기 위해 스스로 기울이는 노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게 인생이니 내 행복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겠다.
북콘서트를 시작하고 끝맺으면서 그가 거듭해서 언급했던 이야기 중에,
'책 한 권, 강연 한 번으로 바뀔 만큼 우리 인생은 그렇게 시시하지 않아요'라는 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강연으로 계속해서 스스로 갈증을 느껴왔던
인문학적 소통의 부재로 인해 공허했던 마음 한구석이 다시 어루어만져진 느낌이었다.
누군가와의 이런 대화, 소통을 원해왔는데
마음 맞는 사람을 찾지 못해서 늘 갈증을 느껴왔는데
오래간만에 따스함을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북콘서트를 통해 얻은 문장들을 나의 것으로 재해석하고
돈오점수(갑작스럽게 깨닫고 그 깨달은 바를 점차적으로 수행해 가다)하여
잃어버린 중심점을 다시 찾아오는 수행을 계속해나가야겠다.
인생의 정답을 찾지 마시길. 정답을 만들어가시길.
내일을 꿈꾸지 마시길. 충실한 오늘이 곧 내일이니.
남을 부러워 마시길.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시류에 휩쓸리지 마시길. 당대는 흐르고 본질은 남는 것.
멘토를 맹신하지 마시길. 모든 멘토는 참고 사항일 뿐이니.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단지 하나의 의견을 받아들이시길.
그리고 당신 마음속의 올바른 재판관과 상의하며
당신만의 인생을 또박또박 걸어가시길.
당신이란 유기체에 대한 존중을 절대 잃지 마시길.
- 박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