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은 얼마인가

by 커피시간

제가 카페에서 손님에게 건네는 말은 대부분 다음과 같습니다.


어서오세요. 편하신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메뉴판입니다. 원두 설명이나 추천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세요(->요새는 눈치보다 "설명이나 추천해드릴까요?"라고 말합니다). 음료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커피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이건 에티오피아고 이건 니카라과입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네 자리 옮기셔도 됩니다. 콘텐트는 저쪽 자리 옆에 멀티탭 쓰실 수 있습니다. 플러그 자리가 없다면 조금 어렵습니다. 충전만 해도 되시면 따로 직원 자리에서 충전해드릴게요. 네, 자리옮기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선을 지키며 정중할 정도로만 말을 하고 있습니다. 친해진 손님들과는 잡담을 나누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을 너무 많이 한 날은 집에 오는 길에 후회합니다. 선을 지키는 것이 어렵습니다만, 선만 지키면 되지. 솔직히 친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프랑스 카페에 한 번쯤 가보고 싶습니다. 이유는 별 게 아니고 웨이터들이 불친절하다고 들어서요. 딱 필요한 말만 하고 나에게는 관심도 없고 커피 나오면 테이블에 탁 내려놓고 가버리면 저는 너무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리스타로서 그러고 싶은 욕구는 별로 없지만 손님으로서 겪어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저에게 솔직함과 인간미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이나 한국 가게에서 가끔 과하게 연극적인 웨이터들을 봅니다. 저는 그것이 몹시 불편합니다. 이 사람이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먼저 듭니다.


카페직원은 굳이 불친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는 서로 기분만 나쁘지요. 하지만 굳이 친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커피는 서비스업이라고, 내가 내는 돈에 너의 친절까지 포함되는 거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그건 누가 정한 건가요? 그 기준은 가게의 사장님이 정하는 것입니다. 서비스까지 가격에 포함시키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가게의 자유에 따른 것이며, 손님은 거기에 응하거나 응하지 않을 선택지가 있을 뿐,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상대방의 눈을 보며, 각자의 사회적 입장에서 벗어나 서로의 영혼으로 대화하는 일은 무척 즐거운 일이지요. 사람 냄새가 나는 커피숍이라는 이미지가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는 이유는 우리 외로운 현대인들이 타인과의 '내밀한' 교류를 언제나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식적인 태도는 외로움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지나친 친절함은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지갑을 향한 것임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 만나자마자 영혼에서부터 친절할 수 있을까요? 독실한 종교인이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만, 저는 안됩니다.


본인이 편안한 중립적인 상태로 손님을 응대하면 됩니다. 저의 경우는 평소의 상태가 행복해서 입이 귀에 걸려있고 목소리가 하이톤으로 나오고 그렇지는 않습니다. 혹시 그러신 분이 있다면 심리상담을 받아보라고 진지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평소의 상태가, 특히 일할 때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이 사회에서는 그게 당연한 거고, 고통과 권태를 감추려고 하는 것보다 그걸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이 저는 더 인간적이라고 느낍니다. 우리는 긍정적이려고 노력하지만, 누가 우리로 하여금 그렇게 부추기는지, 누가 이득을 얻는지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압박이 오히려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의 총량을 더 키우고, 하루하루 쌓이는 억울함과 분노를 보상받고 싶어서 남을 괴롭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더 들어가서 손님이 와주셔서 감사하긴 합니다만 왜 감사해야할까요? 우리는 자본주의사회의 룰에 따라 커피와 돈을 교환하는 것입니다. 손님이 수많은 카페 가운데 이곳을 선택해서 사장님은 응당 감사해야하는 걸까요? 이곳은 손님에게 와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손님이 선택해서 왔는데 자리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보통 이럴 때 죄송하다고 하지만 도의적으로 그러는 거고 그게 당연히 업장의 잘못은 아닙니다.


단지 이곳에는 거대한 불평등이 있을 뿐입니다. 슬프지만 실제로 손님은 선택을 하는 입장이고, 가게가 선택을 못 받으면 사장 밥줄이 끊깁니다. 이건 손님이나 사장의 잘못이 아닙니다만, 사회적으로 잘못된 현상입니다. 허나 현실이 이렇다고 이게 절대적인 것이고 사장이 손님에게 굴종해야한다고 결론 지을 수는 없습니다. 서로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존중을 기반으로 서로 진실되게 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값싼 인정투쟁이 아닙니다.


사실 그놈의 인정이 언제나 문제지요. 인정 받기 위해 우리는 사실 비싼 대가를 지불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도 당연히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어려운 문제지만 커피 한 잔 하시며 이 문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시고 나름의 답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커피는 무엇을 뜻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