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집착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집착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저에게 집착은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옵니다. 집착하면 내 마음만 너무 앞서나가서 대상의 본질을 가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상을 올바로 직면할 수 없는데도 계속 갈망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대상에 대한 폭력이죠.
보통 연인, 가족, 친구 등 인간관계에서 많이 발생하고 돈, 학벌, 권력, 지식이나 운동, 요리, 패션, 음악 등 분야를 막론하고 집착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커피 업계에 있으니 커피에 대한 집착도 많이 목격합니다. 그에 대한 제 마음은 사뭇 복잡합니다.
집착하는 사람은 그 대상을 이상화합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을 특별하다고 보지 않는 다른 사람들과 마찰이 생기거나 자신이 상처를 받습니다.
이 지점에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집착이 계속 될수록 자신은 대상에 갉아먹히고, 대상 또한 과도한 부담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내 커피의 맛을 1점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추출 실력을 갈고 닦는 사장님은 정말 훌륭한 사장님입니다. 그 집 커피는 맛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사장님 표정은 밝아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커피의 맛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맛이 있는데 거기 도달하지 못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커피를 남기고 간다면 마음이 찢어집니다. 커피 맛도 모르는 손님이라고 원망도 들고,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사장님들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안타깝기도 합니다.
고작 커피가 뭐길레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걸까요?
저는 커피행위는 무술 수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커피행위는 순전히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도 안된다고 봅니다.
커피를 순수하게 즐기고 사랑하기만 해서도 안됩니다.
저는 커피행위가 이 세가지 방향을 모두 갖추되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자신이 너무 고통받으면 안됩니다.
같은 말이기도한데, 모든 것에서는 결국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집착하면 밸런스가 깨집니다.
밸런스가 깨진다는 것은 나와 대상 어느 한 쪽도 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허나 슬픈 점은 우리 인간은 어딘가 집착하도록 만들어져있다는 점입니다.
공허한 마음을 채울 뭔가를 절실히 원합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지요.
줄줄 새고 있지만 그래도 물이 일시적이나마 가득 차는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지도 몰라요.
공허함을 견디다 그 보상으로 물을 많이 사서 콸콸 쏟아붓고 다시 물이 새는 고통을 견디다 또 물을 쏟아붓고 반복입니다.
하지만 저는 독에 난 구멍을 조금씩 메꾸려고 노력하고 싶습니다. 물론 살기 위해서 물도 부어야겠지만, 구멍을 조금씩 메꾼다면 부어야할 물도 줄어들겠지요. 구멍은 너무 크고, 메꿔도 또 깨지기 일쑤고, 메꾸는 데는 물을 사는 것보다 더 많은 돈과 시간과 에너지가 들지만, 그래도 조금씩 메꾸는 것을 포기하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항아리가 가득차서 남에게 물을 나누어줄 수 있겠지요.
욕망이라는 구멍에 집착하면 구멍이 더 커질 뿐입니다.
커피에 집착하면 할수록 커피는 더 이해가 불가능한 대상이 되거나, 완전히 착각된 이상한 대상이 됩니다. 혹은 커피는 완전해질지 몰라도 자신이 구멍 속으로 사라집니다.
구멍을 메꾸는 것은 욕망을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구멍을 완전히 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구멍을 좁혀 구멍을 제어하는 것입니다. 구멍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구멍과 대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내심과 관찰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아름다운 사랑의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손님이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사장이 쏟은 노력과 시간과 마음을 마시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커피를 대한다면, 손님의 마음은 분명 이 향기를 알아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