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by 커피시간

카페에 자주 오는 단골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분들과 꽤 친하다고 생각합니다.

커피를 가져가 드리고 이런저런 얘기도 합니다.


카페에서 일하는 유일한 낙이랄까요.

그뷴들이 오는 시간대가 대충 정해져있습니다.

저는 하루종일 그들을 기다립니다.

일반쓰레기 봉투를 버리려 바깥에 나가면 괜히 거리 양옆을 확인합니다.

단골님들이 안온다는 게 확실해지면 그냥 조금 우울해집니다.

하지만 우울을 털어내고 다른 손님들에게 더 정성을 쏟습니다.

괜히 슬퍼하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나으니까요.


커피를 한다는 게 아무 의미 없게 느껴질 때가 많지만

커피를 계기로 새로운 사람과 만나서 친해지는 걸 생각하면 나름 즐거운 일입니다.

그분들이 맛있다고 해주면 얼마나 기쁜지요!

커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커피와 열린마음, 그리고 기다릴 줄 아는 마음입니다.

기다림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가끔 저는 주인을 기다리는 개의 심정을 알 것 같습니다.

단골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순간

만약 저에게 꼬리가 있었다면 엄청 흔들고 있는 게 보였을 겁니다.


저는 카페에서 일하며 기다림을 배우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저 기다리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조금 슬프지만 중요한 사실입니다.

사회에서 누구도 저에게 이걸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다들 기다리지 말고 직접 쫓고 찾아가서 쟁취하라고만 합니다.

기다림은 수동적인 행위라고 무시합니다.


하지만 결국 나에게 남은 게 기다림밖에 없는 순간이 분명히 찾아옵니다.

기다림을 믿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모하고 적극적인 행위입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기다리는 사람이 포기하는 사람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기 때문입니다.


허나 기다림마저 나를 방관해버린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주 슬플 것 같습니다.

슬픔마저 나를 무시할 수도 있지요.


잘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모로는 게 더 나은 일도 있는 법입니다.


아이고.. 쓸데없이 우울한 이야기를 했네요.

커피나 한잔 내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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