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이 있는 법
요즘 아침에 집 앞 골목 모퉁이에서 고개를 돌릴 때면
공기의 기운이 사뭇 달라진 것을 몸소 느낀다
여전히 여름인 것은 분명하지만
여름은 나에게 자신이 떠나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늘 한점 없는 쨍쨍한 햇살은 영원할 것 같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었고
나무 아래 그늘 한 점과 미지근한 바람이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몸소 체감하게 해 주었다
여름도 그 사람도 그렇게 나에게 이별을 말하고 있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여름의 시작이었다
저녁이 되어도 너무 강렬해서 그 빛을 잃지 못하던 햇살이 가득한 날에 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지지 않던 해가 계속되던 날에
하루 종일 그를 떠올리던 시간이 가득했다
여름밤, 그와 마지막으로 나란히 걷던 거리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여름은 갑자기 다가와
천천히 그늘을 내어주며
자신이 떠나갈 것임을 직감하게 한다
붙잡고 싶지만
이미 떠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저 이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떠나가고 있는 여름을 홀로 아쉬워하는 나날들이 지속되는 가운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끝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이 있다
이제 나에겐 쨍쨍한 여름도 그 사람도 남아있지 않지만
새로운 직장 새로운 집 새로운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었고
무엇보다 가을이 오고 있었다
수없이 반복해도 이별은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그 뒤에 오는 시작은 또 나를 기대하게 한다
아직도 서투른 24살의 여름에게 고마웠다고 웃으며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