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부터 참 지긋지긋하게 들었던 질문이다. 초중고 생활기록부에도 쓰여있고 심지어 성인이 되어서도 회사에 들어갈 때, 단체에 가입할 때, 새로운 친분은 맺을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다. 취미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 전에, 우선 취미라는 단어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취미'를 검색해보면 총 4개의 설명이 나온다. 그 중 영어로 치면 hobby의 의미를 담고 있는 취미에 대한 설명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라고 나와있다. 이에 대해서는 세 가지 관점으로 고찰이 가능하다. 첫째, 전문적인 것이 아니어야 한다. 직업의식을 갖고 한다거나 프로의 수준으로 능숙하면 취미라고 할 수 없다. 둘째, 즐겨야 한다.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다. 자주 하는 일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취미로 볼 수 없다. 셋째, 얼마나 자주 하는가에 대한 제약은 없다. 가끔하든 자주하든, 한 번 할 때 오래하든 짧게하든 상관이 없다. 취미라는 말을 20년이 넘게 쓰면서도 정의에 대해 찾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보니 내가 여태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었다. 일상에서 자주 해야만 취미로 인정받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아무튼 취미의 정의에 대한 분석은 이정도로도 하고, 다시 취미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로 돌아오자.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스트레스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취미라는 것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머뭇거리거나 대답을 못하면 나는 취미도 없는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아 초조하다. 어떻게든 빈약한 답변이라도 하기 위해서 머리를 끙끙 싸매야 한다는 것 자체가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어딜가나 너도나도 취미를 물어보기에 마치 반드시 답변해야 할 질문 같이 느껴진다.
0.1초의 초조함을 느끼고 난 뒤에 머릿속을 휘감는 생각은 '그래서 내 취미는 무엇이지?'이다. 내가 하는 많은 행동들 중에서 과연 어느 것을 취미로 말해야할지가 고민이다. 나는 글을 한 달에 한 번 내지는 두 번 쓰는데, 이렇게 드문드문 하는 것도 취미로 인정할 수 있나? 재미는 없지만 건강을 위해서 불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데 이런 것도 취미라고 해도 되나? 스스로 확신이 들지 않는 사항들이 분명 있다. 취미라는 단어의 정의를 정확히 알지 못했으니 자문에 자답을 하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전을 찾아본 지금은 명쾌하게 답할 수 있다. 글쓰기는 취미가 맞고 운동은 취미가 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고민하는 내용은 실제 내 취미 중에서 과연 어느 것을 입밖으로 내뱉어야 할지이다. 내가 실제로 즐기는 행위들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고민하게 된다. 실제로 향유하고 있는 많은 취미 목록 중에서 타인의 시선이라는 필터를 거쳐 입밖으로 나가는 취미들은 몇 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것인지 남들에게 좋은 이미지만 칠해지고 싶어서인지 모르겠다. 특히 대답하는 상대가 이성일 때 그 정도가 더한 것 같다. 게임을 좋아해서 친구들과 자주하고 위스키를 좋아해서 가끔 사 마신다. 이걸 있는 그대로 대답하면 게돌이나 술주정뱅이로 보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입 밖으로 내뱉을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 대목이다.
나에게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은 그만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당신에게는 어떠한가?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나의 질문에 대해 쉬이 대답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