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타의 책 003. Origin

인류의 시작과 끝이 궁금했던 당신에게 추천하고픈 도서

by 현자타임

※ 본문에는 도서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해외 출장에서 복귀하는 길에 직항 편이 없어 터키 이스탄불에서 잠시 머물렀던 적이 있다. 출장 때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서점을 찾아다니며 현지 언어로 된 책을 수집하곤 했는데, 이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환승 시간의 무료함도 달랠 겸 공항 내부에 위치한 서점에 들러 책 더미 속에 파묻히니 이내 행복감이 몰려들었다. 산삼을 찾는 심마니라도 된 것처럼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아 조심스럽게 뒤적거리다 보니 익숙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댄 브라운', 부족한 잠도 잊은 채 이 작가의 책에 푹 빠져 당시에 출간된 모든 책을 섭렵했던 현역 시절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인류의 기원과 종말에 관한 그의 최신작인 'Origin'을 낯선 이국의 땅에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과거 그저 흥밋거리로 읽었던 그의 책들과 달리 이번의 주제가 무겁게 느껴진 것은 그저 세월이 흐른 탓 때문일까, 아니면 한 번쯤은 고민해보다 이내 포기했었던 주제였기 때문일까. 언젠가 오래전부터 품어왔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인류의 기원과 종말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씩은 '나는 누구이고(어디서 왔고) 어떻게 살다 가야 하나(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와 비슷한 류의 고민을 해 보았을 것이다. 어리석게도 '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최근에서야 그 답을 찾기 시작했지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꽤 어렸을 적부터 고민했었던 기억이 있다.

"내 머리 속의 생각과 '나'라는 존재는 내 자유 의지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이 자유 의지조차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즈음이었을 것이다. 생각이 저기까지 미쳐 얼마간은 우울했었던 기억도 가지고 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나'에 대해서 정의할 수 있게 되었지만 또 다른 궁금증이 연쇄하여 생기게 되었다. '사람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그러면 동물은..? 지구는..? 우주는..?!'과 같은 질문들이 샘솟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고민은 어느새 사치가 되어버렸고, 다윈의 '진화론'이나 성경의 '창세기' 등 습자지 같은 나름의 지식에 대충 버무려 임시로 변통만 해둔 상태로 묻어둔 채 지내왔다.


적어도 필자는 이 책을 읽고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거의 모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픽션(Fiction)이 그 모체인 장르 소설을 통해 종교 또는 과학적 의문에 대한 답을 진리화하여 명쾌히 얻었다고 한다면 과한 표현이겠다. 하지만 작가는 단순한 소설이라고 하기엔 방대한 분야의 지식을 작품에 녹여 어느 한쪽으로의 치우침 없이 종교와 과학의 양면을 깊이 있게 묘사했고, 인공지능이나 양자 컴퓨터 등 차세대 기술의 비중 있는 도입을 통해 진보한 과학기술의 가능성과 향방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며 마지막에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것 같지 않았던 소재들을 엮어 절묘하게 인류의 기원과 종말에 대하여 자신만의, 그러나 누구나 수긍할만한 보편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더불어 작중의 주요 배경인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빌바오 등 주요 명승지와 안토니 가우디, 윌리엄 블레이크 등 고금의 세계 거장들의 예술품을 마치 백과사전 한 권을 본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섬세하게 묘사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한 층 더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우리의 지성은 그 보폭을 맞추기에 이미 그 간극이 커져버렸다. 숨 쉴 틈 없이 바쁜 나날로 미처 끝내지 못했던 당신만의 어릴 적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보길 원한다면 한 번쯤은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지 조심스레 권유해본다.



"We are now perched on a strange cusp of history... (중략) and nothing is quite as we imagined. But uncertainty is always a precursor to sweeping change; transformation is always preceded by upheaval and fear. I urge you to place your faith in the human capacity for creativity and love, because these two forces, when combined, possess the power to illuminate any darkness." - Edmond Kirsch의 발표문 중에서

"May our philosophies keep pace with our technologies. May our compassion keep pace with our powers. And may love, not fear, be the engine of change." - Edmond Kirsch의 인류의 미래를 위한 기도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현타의 책 002. 88만원 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