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라이트 시리즈 02 – 일에서 삶으로, 방향을 옮기는 연습
나는 계획이란 단어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전형적인 파워 J.
일정표, 마감, 시간 관리... 누구보다 철저했다.
구글 캘린더는 항상 알록달록했고,
하루의 빈칸은 거의 없었다.
계획이 흐트러지는 상황은 늘 불편했고,
계획대로 돌아가는 일정이 주는 안정감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계획이라는 건 대부분 ‘해야 하는 일’을 중심으로 짜인 구조다.
외부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고,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시간을 배치하는 방식.
나는 계획을 잘 세웠지만, 그건 늘 ‘일을 위한 계획’이었다.
회사에 있을 때 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나의 성과가 아니라, 회사의 성과였다.
퇴사를 한다면, 그 성과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 남는다.
나는 그 자리를 비우고 나오는 사람일 뿐이다.
그렇다면 진짜 나의 성과는 무엇일까?
이 질문이 지금의 나를 기획하게 만든 시작이었다.
큰 전략이 아니라, 작은 루틴을 설계해 보는 일부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들을 조용히 나열해 봤다.
그리고 하루에 시간을 정해서 책을 읽고,
귀감이 되는 글귀는 따로 적어두고,
나를 위해 글을 쓰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했다.
느슨하지만, 나만의 일정으로 가득한 하루를 구성해보고 있다.
그렇게 작은 성취를 반복하다 보니,
나에 대한 이해도와 자존감이 천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내가 나를 위해 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획이다.
나는 지금, 인생의 목적을 조금 더 구체화하기 위해 기획을 시작했다.
아직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이 시간을 통해, 나는 더는 흘러가지 않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되묻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계획은 결과를 향한 지도였다면,
기획은 방향을 탐색하는 나침반에 더 가깝다.
지속적으로 나를 계획하면서, 나는 나를 기획해보려 한다.
혹시 당신도 비슷한 고민 속에 있다면,
내가 짚어보는 이 흔한 하루의 구조들이
조금은 당신의 삶에도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