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 나는 놀고 있던 게 아니었다

부캐였지만, 태도만큼은 본캐였다

by Time Right

[나침반 대신 ChatGPT] PART 2 : 길을 찾은 이후, 나를 다시 설명하기까지

15화 | 나는 놀고 있던 게 아니었다 - 부캐였지만, 태도만큼은 본캐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부캐로 살고 있으면서도

직장에 다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하루를 쓰고 있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계획을 세웠고,

정리했고,

끝까지 해보려 했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주변의 구조를 살펴봤고,

글을 쓴다는 이유로

전달 방식을 고민했고,

AI를 쓴다는 이유로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건

그냥 시간을 보내는 태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가끔

나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걸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당장 수입이 생기는 일도 아닌데.


태도는 분명히 진지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계속 불안이 남아 있었다.


이렇게 시간을 써도 되는 건지,

지금 이 선택이

나중에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특히 수입에 대한 생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일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상태에서

계속 시간을 쏟고 있다는 감각은

나를 자주 흔들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불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불안한 상태에서도

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직장에 있을 때처럼

나는 여전히

문제를 정의하고,

가능성을 정리하고,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있었다.


다만 그 대상이

회사 업무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을 뿐이었다.


부캐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태도만큼은

본캐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나는 불안을 피하기 위해

이렇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불안 속에서도

원래 해오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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