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위해 울어주었는가?

by 밤하늘 읽는 시간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한다. 청소년 시절에는 친구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성인이 되면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는 동료들과의 관계가 중심이 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한다. 내가 신경 쓰는 감정과 관심은 어느새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을 향해 흐른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취향이나 가치관보다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더 신경 쓰곤 한다.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지나쳐 나를 돌보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면 우리는 점점 지쳐간다. 관계의 균형이 무너지고, 온전히 타인을 위한 삶을 살다 보면, 어느 순간 허탈함과 회의감이 밀려온다. 그렇게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우리는 다시 일어설 힘마저 잃게 된다.


한편, 우리는 언제 눈물을 흘리는가? 대개 타인의 아픔이나 슬픈 사연에 공감할 때 우리는 눈물을 흘린다. 어린 시절에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울 수 있었지만, 성인이 된 후 우리의 눈물은 점점 더 타인을 향하게 된다. 어른의 눈물은 값지고 귀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속에서, 우리는 타인을 위해 울고, 타인의 눈물을 닦아주며 연대하고 위로를 나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함께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보살피며 살아왔을까?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동안, 정작 내 마음은 얼마나 돌보아졌을까? 나는 스스로에게 "너는 요즘 어떻게 지내니?"라고 물어본 적이 있을까? 혹은, 힘든 순간 속에서 나 자신을 위해 울어준 적이 있었을까?


‘나는 나를 위해 울어주었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감정의 표출을 넘어,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는 타인을 위로할 때는 다정하고 세심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냉정할 때가 많다. 남이 힘들어하면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내가 지쳤을 때는 오히려 더 견뎌야 한다고 다그친다. 어쩌면 우리는 타인을 돌보는 일에는 익숙하지만,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는 서툰 존재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위해 우는 일은 약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내가 나를 깊이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성숙한 태도다. 세상에 내어주는 눈물만큼, 나를 위해 흘리는 눈물도 소중해야 한다. 나 자신이 무너질 때, 아무도 대신 나를 위로해주지 않는다면, 적어도 나는 나를 깊게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내 감정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관계는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다. 타인을 향해 보내던 온기와 다정함을 이제는 나에게도 허락해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나를 위해 기꺼이 울어줄 수 있어야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