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나를 만든다면, 나는 어떤 기억을 쌓아야 할까?

by 밤하늘 읽는 시간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나’라는 존재는 사실 수많은 기억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일을 반복해서 해왔는지, 어떤 말을 듣고 자랐는지, 무엇을 보고 느껴왔는지. 이 모든 경험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기억은 단순히 머릿속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는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내 행동과 말투, 성격과 습관, 심지어 욕망까지도 만들어낸다. 매일 반복하던 일이 어느 순간 익숙한 습관이 되듯, 어떤 감정이나 반응도 오랜 시간 같은 방식으로 쌓이다 보면 하나의 성향이 된다. 이렇게 쌓인 기억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결정짓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기억이 곧 나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어떤 기억을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미래의 나도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과거를 바꿀 순 없어도, 지금부터 새롭게 기억될 수 있는 순간을 쌓아갈 수는 있다.


우리가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는지는 바꿀 수 없지만, 어떤 경험을 하며 살아가느냐는 우리의 선택이다. 내 안에 이미 존재하는 생물학적 본능이나 성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내가 마주한 환경과 그 안에서 내가 내리는 선택들에 달려 있다. 어떤 감정 앞에서 멈추고, 어떤 순간을 내 것으로 받아들일지에 따라 같은 기억도 다르게 남는다. 예를 들어,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한 걸음씩 다시 일어나려는 기억은 결국 자신감을 만든다. 반대로 사소한 오해도 반복적으로 외면하면 어느새 관계의 벽이 쌓인다. 기억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말과 행동, 선택의 태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거대한 인과의 흐름 안에 있다. 어떤 일에도 이유가 있고, 지금의 나 역시 그렇게 형성되었다. 내가 오늘 느끼는 감정, 내리는 판단, 마주한 상황에서의 반응은 어제의 기억이 만든 결과다. 그렇게 우리는 ‘우연히’ 태어났지만, 살아가는 매 순간은 ‘필연’의 연속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는 존재는 단지 개인의 경계 안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가족, 친구, 사회, 세상과 연결된 존재다. 내가 어떤 기억을 쌓느냐는 결국 내가 주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와도 맞닿아 있다. 한 사람의 태도와 말투, 따뜻한 배려 하나가 어떤 이의 하루를 바꾸기도 한다.


조금 더 솔직하게, 내 안을 들여다보자. 오늘 나는 어떤 기억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나의 하루는 어떤 마음으로 채워지고 있는가? 이 하루가 내일의 나를, 그리고 언젠가의 나를 어떻게 빚어낼까? 어쩌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은, 오늘 하루를 소중히 살아내는 일일지 모른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 나에게 친절한 시간을 주는 것, 실수 속에서도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보는 것. 그렇게 쌓이는 하루의 기억이, 언젠가 돌아볼 때 ‘참 잘 살았구나’ 싶은 나를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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