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게 구워진 돼지고기를 한 점 입에 넣는 순간, 마음까지 조용해진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살아 있는 그 풍미는 단순한 맛이 아니라, 무언가 오래된 것, 오래된 마음에서 비롯된 감각처럼 느껴진다. 불 앞에서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며 천천히 익혀낸 고기 한 점은, 마치 묵묵히 자신의 시간을 통과해 온 사람처럼, 겉은 단단하고 속은 따뜻하다.
이 깊은 고소함은 단숨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불이 너무 세면 금방 겉이 타버리고, 너무 약하면 속까지 익지 않는다. 결국 가장 좋은 맛은 ‘지켜보며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는 감각뿐 아니라 마음이 함께 들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보면, 한 점의 고기를 굽는 일은 단순한 요리라기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
우리는 종종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생각한다. 더 빨리, 더 쉽게, 더 눈에 띄게.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불 앞에서처럼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고기의 익어가는 소리와 향처럼, 삶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인 적이 있었을까.
겉만 보고 판단하는 일, 잠깐의 모습만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일은 어쩌면 너무 익숙해진 편견일지도 모른다. 속이 얼마나 촉촉하고 깊은지 살펴볼 여유도 없이 우리는 누군가의 ‘겉’을 기준 삼아 평가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진짜 중요한 건 놓쳐버리게 된다.
돼지고기의 고소함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명확하다. 진짜 풍미는 시간이 들고, 주의가 필요하고, 안쪽까지 조심스럽게 살펴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떤 관계든, 어떤 상황이든, 시간을 들여 익히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이 그 본질에 다가설 수 있다. 편견은 조급함에서 비롯되고, 깊이는 기다림에서 비롯된다.
삶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만큼 시간을 들여 천천히 구워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마치 한 점의 고기처럼, 나 자신도 그렇게 정성스럽게 들여다보고 다루어야 하지 않을까. 지글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타지 않게 조심스럽게 익혀낸 한 점의 고기를 입에 넣는다.
깊은 맛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나는 지금, 나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을 충분히 익혀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