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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맛도, 꽤 오래 간다

by 밤하늘 읽는 시간

처음 만든 제육볶음은 확실히 좀 짰다. 양념장을 눈대중으로 넣었고, 고기는 너무 센 불에 볶아 가장자리가 바삭하게 타버렸다. 양파는 살짝 덜 익어 투명해지기 직전에 멈췄고, 양념은 고기와 잘 섞이지 못한 채 겉돌았다. 전부가 어딘가 어설펐다. 그래도 나는 조심스럽게 그릇에 담아냈다. 아마도 ‘요리’라기보다는, 무언가를 해내고 싶은 마음의 표현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그런 순간들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어색하게 앉아 처음 일을 시작하던 그 순간, 손끝에 맴돌던 긴장과 자책, ‘괜찮을까’ 싶은 불안한 마음. 그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한 그릇 안에 담겨 있었다. 맛은 부족했지만, 그날의 정적과 따뜻함은 이상하게도 잊히지 않는다.


그 이후로 제육볶음은 점점 더 나아졌다. 양념의 비율은 익숙해졌고, 불 조절도 감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은 타지도 않고, 덜 익지도 않는다. 그런데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건 여전히 그날, 조금 짰던 제육볶음이다.


완벽했던 요리보다, 부족했던 그 한 끼가 더 오래 입에 남을 때가 있다. 그건 아마 그날의 마음이, 맛보다 먼저 기억 속에 배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잘 해내기보다, 진심을 담고 싶었던 순간. 그 조심스러움과 서툼이, 오히려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사람의 기억은 정확한 맛보다도, 그때의 공기와 표정, 말없이 건네진 마음의 온도를 더 오래 붙잡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가끔, 무언가를 처음 해보는 사람을 보면 그날의 제육볶음을 떠올린다. 조금 짜고, 조금 탔지만, 정성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았던 그 한 끼. 그건 결코 실패가 아니었다. 오히려 서툴렀기에 진심이 더 잘 전해졌던 순간, 그런 것도 있다는 걸 나는 그날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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